윤증현, 장쾌한 첫발…신뢰·속도 강조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9.02.1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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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회견서 성장률 하향 '파격' 쾌도난마 행보

윤증현, 장쾌한 첫발…신뢰·속도 강조


제2기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를 이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공식 취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밤 임명장 수여를 전자결재로 대신해 취임이 앞당겨졌다.

초 스피드로 장관에 임명된 윤 장관에게는 명실상부한 '경제사령탑'으로 당면한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과제가 놓여 있다. 취임 일성도 "어려운 시기에 과분한 중책을 맡아 마음이 무겁다"였다.



그러나 윤 장관은 곧바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플러스(+) 3%에서 마이너스(-) 2%로 대폭 낮췄다. 이전 강만수 경제팀의 인식과는 무려 5%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윤 장관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 걸음이 정직성이다. 정직하게 말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함에 따라 취업 전망도 10만명 증가에서 마이너스 20만명으로 낮췄다. 소비자물가 전망은 3% 인상에서 2% 인상으로 낮춰 잡았다. 윤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충격적인' 경제 전망을 내놓을지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윤 장관이 강조해온 과감하고도 선제적인 대응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윤 장관은 이런 방식으로 경제여건이 생각보다 심각함을 강조하면서 경제운용 방향도 공개했다. 윤 장관은 우선 경제 회복에 필요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이달 중에 편성해 3월까지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역시 '속전속결'식이다.

윤 장관은 추경 규모에 대해서는 "내수 부진을 보완하고 경제위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성장률 하락에 따른 경기 방어 자금과 공적자금 투입분까지 고려하면 추경규모는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모든 노력을 해도 부족하면 공적자금 투입을 당연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의 채권은행 및 구조조정펀드 중심의 구조조정이 벽에 부딪힌다면 과감하게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강제조정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산업정책과 연관된 거시적·전략적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어떤식으로든 현재보다 정부 개입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장관은 일자리 대책으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비정규직법 보완과 최저임금제 개선 등 노동시장 제도 선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금은 일자리의 질을 따질 시기가 아니다"면서 정부 대책이 단기적인 처방에 머물러있다는 비판을 일축했다. "질보다는 양"이라고 간단명료하게 정리하기도 했다.

윤 장관은 "서비스산업의 규제개혁을 통한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와 외국교육기관 유치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내수 살리기를 위해 서비스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전봇대를 뽑아내겠다는 의지다.

윤 장관은 "정부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결정된 정책은 일관성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기의 조속한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주체들의 합심된 노력이 절실하다"고 국민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결국 취임 첫날 윤 장관이 강조한 것은 '신뢰'와 '속도'로 요약된다. 장쾌하게 첫 걸음을 뗀 윤 장관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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