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채권인수 '출혈' 경쟁

더벨 황은재 기자 2009.02.1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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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발행금리 민평 큰 폭 하회

이 기사는 02월09일(08:4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발행 금리가 신용위험을 과도하게 낮게 평가해 발행·인수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인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우량 회사채가 저금리 시대의 고금리 투자대상으로 인기를 얻자 증권사들이 무리하게 금리를 낮춰 회사채 발행물을 인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채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를 경우 증권사들은 채권을 팔지 못하고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 CJ, 신용등급은 AA-, 발행금리는 AA+



회사채 시장에 따르면, 오는 16일 CJ는 4년만에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삼성증권이 대표주관을 맡고 대우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인수에 참여한다.

CJ의 발행금리는 자기등급인 AA-보다 최소 한 노치(Notch) 혹은 두 노치 높은 수준이다. 6일 현재 2년만기 AA- 민평금리(KIS채권평가 기준)는 6.14%, 그러나 CJ는 5.65%로 발행할 예정이다. 사실상 AA0 수준이다. 3년만기 발행금리는 5.65%로 AA+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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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채권평가, KIS채권평가. 단위 : %


2월말 타타그룹 코로스 영국공장인 티사이드 제철소 지분 인수를 위해 5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할 동국제강도 자기등급보다 낮은 수준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만기는 6.09%로 민평보다 0.14%포인트 낮았고, 3년은 7.30%로 8.13%인 민평을 한참 하회했다.

◇ 회사채 일단 인수하고 보자.."인수 경쟁 과열 조짐"



발행 예정금리가 현재의 민평금리를 하회하는 데는 향후 기대되는 금리가 현재보다 떨어질 것이란 판단이 한 이유이다. 투자자들이 고정금리 발행을 선호 추세가 이를 반영한다.

이와함께 회사채 발행 주관 및 인수 실적에 대한 순위 경쟁이 점화되면서 증권사들의 인수 경쟁에 가열 조짐이 발행예정금리를 떨어뜨리는 중요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신용위험보다는 일단 회사채 발행물을 인수하기 위해 입찰에서 낮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채권평가는 "절대적인 가격 메리트와 증권사간 인수경쟁의 영향으로 AA-급 회사채는 6%대에, A급 회사채는 7%대에 유통되거나 발행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진단했다.



윤여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일부 우량 회사채가 민평금리를 상당부분 하회하면서 발행되고 있으나 여기에는발행시장에서 인수 과열 조짐이 가미되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며 회사채 투자에 앞서 신용위험을 보다 면밀하게 따져볼 것을 권고했다.

회사채 발행 시점에 금리가 크게 올라 미리 예정됐던 발행금리보다 높아질 경우 증권사들이 채권 매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채평은 "A급 일부 종목 입찰에서는 인수기관간의 경쟁으로 발행금리가 신용리스크에 비해 과도하게 낮게 결정돼 매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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