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세입자 우선분양 '땜질' 논란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2009.02.1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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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차익'노린 투기로 비용상승·사업지연..제2 주민분쟁 유발 우려

재개발 세입자 우선분양 '땜질' 논란


용산참사 관련 재개발 세입자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우선분양권' 제공이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우선분양권 부여로 인한 조합과 세입자간 갈등은 물론 분양권을 노린 투기마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10일 용산 화재사고 후속 제도개선안에 따르면 정부는 재개발 상가 세입자에 조합원 분양후 남은 상가에 대해 우선분양권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입자들에게 재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세입자들에겐 실효성없는 대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일단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분양한 후 남은 상가를 세입자들에게 조합원과 동등한 자격으로 분양권을 준다는 것인지, 상가를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의견이다. 또 세입자용 상가분양권이 별도로 주어지는지, 일반분양 물량에서 우선분양권이 주어지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일반 물량에 대한 1순위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선분양권은 재건축·재개발주택의 경우처럼 조합원 몫을 뺀 나머지 일반물량에서 특별공급 형태로 상가 세입자에게 1순위 입찰자격을 주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색내기에 불과한 땜방식 대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도심 상가가 재개발될 경우 조합 분양 후 남은 물량은 흔치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조합원 조차도 돌아갈 물량이 없어 현금 보상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반 물량이 남는다 해도 조합의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에 세입자의 우선분양권 부여가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리금 보상 등을 받지 않아 충분한 재원이 없는 세입자들이 우선분양권을 제공받아도 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 간과됐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용산업무지구의 경우 지분값이 3.3㎡당 1억원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금력이 약한 세입자가 상가 점포를 사들이는 것은 무리"라며 "당장 현실적인 생계대책을 요구하는 세입자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세입자에게 실질적인 보상이 돌아가기보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만 만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이로 인한 비용 상승과 사업 지연으로 주민간의 분쟁만 야기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제도개선에 대한 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상태가 아니다"라며 "당정 태스크포스를 통해 이달 중 후속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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