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뭄, 여름에 태풍이 줄어든 탓?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9.02.0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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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량 평년대비 30~40%에 불과, 기후변화·라니냐 등 원인으로 지목

올 겨울 한반도 전역이 메말랐다. 가뭄이 극심하다. 가장 큰 원인은 뭘까. 지난해 여름에 평년보다 태풍이 적게 내습한 것이 지목된다.

지난해 여름엔 태풍 피해가 줄어 좋았지만 줄어든 태풍이 겨울엔 가뭄으로 부메랑이 되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것.



9일 환경부, 기상청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사상 최악의 겨울 식수난을 겪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인 동해 인근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말까지 겨울 강수량이 108.5㎜에 그치고 있다. 전년(135.1㎜)은 물론 과거 10년 평균(145.6㎜)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현재 운반급수나 격일제 급수로만 물을 공급받는 이들의 수는 전국 807개 마을에 걸쳐 약 10만명에 이른다. 특히 올해엔 삼척, 정선, 태백 등 강원 남부에서만 약 3만명이 유례없는 식수난을 겪고 있어 범정부적 국고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강수량 부족현상은 한반도 남부지역에서 더 심하다. 경남 산청은 지난해 여름부터 이달 초까지 강수량이 과거 30년에 비해 24.5%에 그쳤다. 인근의 거창(25.8%)과 남해(30.4%), 진주(32.7%) 등 평년 대비 3분의 1의 강수량도 기록하지 못한 곳이 전부 지리산 이남의 남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올 겨울 가뭄은 지난해 부족했던 태풍 탓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수는 연평균 3.4개이지만, 지난해엔 7월 중·하순에 내습한 '갈매기' 1개 외엔 없었다.

태풍이 시설물 피해를 초래한다더라도 마냥 미워할 수는 없다. 태풍은 여름철 강수량의 30% 이상을 공급하는 주요 물 공급원이기 때문.


우리나라는 연중 강수량의 53%가 6~8월 여름철에 집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태풍이 우리나라 전역 강수량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 때 내린 빗물이 강이나 산 등 자연과 댐 등 인공시설에 저장됐다가 그해 겨울과 이듬해 봄철까지 농업·공업용수는 물론 생활용수로 쓰인다.

겨울 가뭄, 여름에 태풍이 줄어든 탓?


시야를 넓히면 아메리카 대륙 인근의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동태평양의 저수온 현상이 인도네시아 인근을 비롯한 서태평양 수온을 높이는 '시소효과'를 초래하는데, 이 때문에 우리나라와 중국 등 서태평양 인근의 중위도 국가에 건조한 하강기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말.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전 지구 대기온도의 상승을 부추기는 기후변화가 손꼽힌다. 대기 뿐 아니라 해수온 자체가 상승하는 탓에 대기에너지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날씨 변동폭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2002년 태풍 루사 탓에 강릉 일일 강수량이 870㎜를 기록한 것 역시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이번 가뭄이 봄철까지 지속될 때를 대비해 올해 소규모 수도시설 개량사업비 503억원을 조기배정해 가뭄지역 관정개발 사업비로 사용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긴급 관정개발 사업으로 올 4월까지 약 9만여 명이 비상급수 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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