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엔 태풍 피해가 줄어 좋았지만 줄어든 태풍이 겨울엔 가뭄으로 부메랑이 되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것.
현재 운반급수나 격일제 급수로만 물을 공급받는 이들의 수는 전국 807개 마을에 걸쳐 약 10만명에 이른다. 특히 올해엔 삼척, 정선, 태백 등 강원 남부에서만 약 3만명이 유례없는 식수난을 겪고 있어 범정부적 국고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 겨울 가뭄은 지난해 부족했던 태풍 탓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수는 연평균 3.4개이지만, 지난해엔 7월 중·하순에 내습한 '갈매기' 1개 외엔 없었다.
태풍이 시설물 피해를 초래한다더라도 마냥 미워할 수는 없다. 태풍은 여름철 강수량의 30% 이상을 공급하는 주요 물 공급원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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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연중 강수량의 53%가 6~8월 여름철에 집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태풍이 우리나라 전역 강수량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 때 내린 빗물이 강이나 산 등 자연과 댐 등 인공시설에 저장됐다가 그해 겨울과 이듬해 봄철까지 농업·공업용수는 물론 생활용수로 쓰인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전 지구 대기온도의 상승을 부추기는 기후변화가 손꼽힌다. 대기 뿐 아니라 해수온 자체가 상승하는 탓에 대기에너지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날씨 변동폭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2002년 태풍 루사 탓에 강릉 일일 강수량이 870㎜를 기록한 것 역시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이번 가뭄이 봄철까지 지속될 때를 대비해 올해 소규모 수도시설 개량사업비 503억원을 조기배정해 가뭄지역 관정개발 사업비로 사용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긴급 관정개발 사업으로 올 4월까지 약 9만여 명이 비상급수 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