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베브 "컨소시엄 구성·금융권 접촉 금지"

더벨 김민열 기자 2009.02.0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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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맥주 M&A]①경쟁관계 조성 위한 고육지책...실제 인수후보 3∼5곳 불과

이 기사는 02월05일(11:3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컨소시엄 구성은 추후 논의하라. 금융권과 일체 접촉하면 안 된다.

오비맥주 매각을 추진 중인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ABInBev)가 비밀유지약정(CA)을 체결한 인수 후보들에게 이 같은 단서를 내걸었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2조원이 넘는 메가 딜(Mega Deal)을 진행하면서 이런 전제를 붙이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진행되는 딜 마다 중단될 만큼 얼어붙은 국내외 금융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수용하기 힘든 조건이라는 불만이 후보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AB인베브는 왜 인수초반부터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경쟁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7월 인베브가 버드와이저 제조업체인 안호이저-부시를 인수키로 결정할 무렵부터 예정된 매물이었다. 52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인수자금을 마련하면서 발생한 단기채권을 상환하려면 오비맥주는 물론 비핵심 자산매각이 불가피했다.

이 때문에 인베브측은 지난해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기 전후부터 오비맥주 매각설을 주기적으로(?) 흘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관계는 좀처럼 형성되지 않고 있다. 그 동안 거론된 후보군은 롯데그룹과 CJ, 아사히맥주, 기린, SAB밀러, 하이네켄 등 전략적 투자자(SI)와 어피니티, MBK, 모건스탠리PE, CCMP, 베인캐피탈, 칼라일, 유니타스캐피탈 등이다.

하지만 실제 입찰에 참여할 곳은 절반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 참석자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유력 후보로 거론돼 온 아사히맥주는 지난달 인베브로부터 중국 칭다오 맥주의 지분(19.9%)을 사들였다. 아시히측은 지난해 이미 롯데와 컨소시엄을 구성키로 합의한 만큼 단독 후보군에서는 멀어졌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기린홀딩스도 비슷한 시기에 필리핀 산미구엘맥주의 지분(43.25%)을 매입해 당초보다 인수의지가 약해졌다는 평가다. 밀러와 하이네켄 역시 인수의지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 바이아웃펀드(Buyout Fund)들 역시 인베브측이 내세운 금융권 접촉금지와 컨소시엄 구성자제 등으로 당초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현재 주관사를 선정해 인수절차에 들어간 롯데그룹(주관사 메릴린치)과 어피니티(모건스탠리), MBK(씨티글로벌증권) 등 3곳 정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비맥주를 사려는 바이어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별로 없다 “매각과정에서 후보들간 의기투합이 돼서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매각자의 가격협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높은 인수가격도 딜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인베브측이 생각하는 기대가격은 최대 25억달러. 현 환율 수준을 감안할 때 3조원이 넘는다. 매각주관사인 JP모건과 도이체방크는 인수 후보들에게 연간 2000억원 안팎 수준이던 에비타(EBITDA·감가상각 및 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를 2594억원 수준까지 높여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까다로운 조건들을 내세우면서 에비타를 높이는 등 인베브측이 기대하는 가격이 현 금융상황과 괴리돼 있다 가격태핑만 하고 딜이 중도에 무산되는 최악의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 딜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베브측과 CA를 맺은 오비맥주 인수 후보들은 이달 중순까지 독자적인 가격을 제시해야 된다. 인베브가 합종연횡으로 후보 수가 줄어드는 것을 피하고 경쟁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꺼내든 각종 고육지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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