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관계자는 4일 "세계 각지에 있는 현대·기아차 해외공장의 노조 대표들이 참여하는 ‘현대·기아차 국제노동자네트워크’를 추진 중"이라며 "다음주 서울에서 첫 모임을 가질 예정이지만 해외공장 대표단은 현지사정에 따라 아직 참여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동계에 따르면 이번 계획은 지난해부터 추진돼왔다. 해외공장이 늘어나면서 현지 생산직 직원들도 많아져 국제적 정보공유, 고용조건 악화시 공동대응, 현지노동자 기본권 보장 등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미국 터키 인도 중국 체코 슬로바키아 등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러시아 공장은 건설 중이며 브라질에서는 공장을 추진 중이다.
각국에 공장이 흩어져 있는 글로벌 완성차그룹의 특성상 이 같은 연대는 외국에도 있다. 업계 전문가는 “GM, 폭스바겐, 토요타 등도 각국 노조협의회가 있다”며 “금속노조와 현대차 노조도 이런 모델을 참고해 시범적으로 국제 연대기구를 만들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유럽계 완성차 기업의 노조협의회는 경영진을 상대로 상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극심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의 경영에 부담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그 동안 현대차 노조가 보인 모습을 감안하면 자칫 해외공장마저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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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욱 중앙대 경영대학 교수는 “국제 노동자 연대기구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국내 공장처럼 외국에서도 매번 생산운영에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면 현대차의 해외 경영전략에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행여 현대·기아차 노조가 이기적 행태를 보인다면 네트워크의 의미도 없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조형제 울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내 노조 스스로가 자기 몫을 희생할 각오가 없다면 해외 공장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문제 등을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며 “국내 비정규직과 연대하려면 정규직의 자기희생이 필요한 것처럼 국제공조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조성제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현대·기아차 노조로서는 ‘양날의 칼’”이라며 “협상력을 높일 수도 있지만 국내 물량이 부족해 해외에서 가져올 경우 국내외 노동자들 간에 협의가 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속노조 관계자는 “이번 경제위기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국제 연대는 추진해왔으며 각국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의견과 정보를 나누는 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