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03일(16:3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지난 해 10월 29일, FRB와의 통화스왑 체결은 우리 금융시장에 뜻 깊은 사건이었다. 통화스왑 체결 이후에도 12월 초까지 외화유동성에 대한 불안이라는 망령이 금융시장을 배회했으나 국제 외화자금 경색이 개선되고, 한·중·일 통화스왑 한도까지 확대(12/12)되자 비로소 통화스왑 체결 위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1월중 무역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작년 10월부터 경상수지는 흑자로 돌아섰고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 둔화도 뚜렷하다. 스왑가격의 회복(달러 조달비용의 대폭 감소)은 외화 부족 현상도 어느 정도 해결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의 상황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래프는 미국의 본원통화와 은행들의 초과지준 예치 규모의 추이다. FRB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금융기관의 유동성은 개선되었으나 그 돈이 실물경제로 전혀 흘러 들어가지 않고 있다.
작년에는 국내외 할 것 없이 금융기관들의 자금 조달 자체가 문제가 되었으나 이제는 정부가 보강해 준 유동성이 금융기관 내에서만 머무르고 있어 실질적인 신용 리스크가 높아지는 국면으로 전환됐다. 즉, 신용경색으로 유동성이 급감하면서 유발된 유동성 리스크가 경기 침체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본질적인 신용 리스크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일시적인 유동성 리스크는 금융자산 가격에 심각한 하강을 초래하는 한편 회복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비근한 예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그랬고, 2003년 3월 모기업의 분식 회계 사건이 촉발했던 외화자금난이 그랬다. 하지만 이미 본질적인 신용 리스크 확대 단계로 접어든 이상, 시장 가격의 하강 속도는 더딜지언정 회복 속도 역시 예상외로 느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상반기 경기 바닥을 확인한 후 하반기에 완만하게 회복되는 시나리오가 현재 시장의 대체적 컨센서스다. 유례없는 국제적 공조와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과 더불어 미국의 대공황 이후 뉴딜정책에 버금가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그러한 전망의 근거일 것인데, 현재로서는 이러한 기대가 실현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 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어떤 경로로 회복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데 금융시장 가격 예측에 어려움이 크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져 있는 기간이 길수록 본질적 신용 리스크가 다시 민간의 유동성 위험을 고조시켜 금융기관에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기 회복의 시그널이 보이기 전까지는 환율이 오버슈팅 구간을 상회하는 비교적 높은 레벨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