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샷 했더니, 게이로 오인 받아"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2009.02.0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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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생존백서-아찔했던 순간]⑬'글로벌 에티켓'

"러브샷 했더니, 게이로 오인 받아"


바야흐로 글로벌 경쟁시대다. 취업을 위해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 일본어 등 제2외국어가 필수로 자리 잡는 추세다.

하지만 외국어만 능통하다고 해서 취업 후 성공을 보장 받을 수 없다.

'문화'도 알아야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문화는 어학연수, 여행, 각종 매체 등으로 익숙한 편이지만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비롯한 중동, 남미 등 신흥시장은 낯설기만 하다.



세계화 추세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비즈니스를 펼칠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글로벌 에티켓'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해외영업부 소속 P사원. 입사 후 부서 배치를 받은 지 1년 만에 중동에 있는 한 국가로 첫 해외출장을 갔다.



현지 거래처로 이동하던 중 주재원과 함께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볼일'이 급해진 P사원. 화장실을 가려는데 마침 주재원이 통화를 하느라 바빠 혼자 화장실을 찾아 나섰다. 남자 화장실인 듯 보이는 곳에 소변기와 비슷한 '시설'이 눈에 띄었다.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가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나왔는데 이를 본 주재원이 당황해하며 하는 말.

"얼른 소변 본 곳을 깨끗이 청소해요!!"

이 말에 P사원은 영문도 모른 채 부랴부랴 청소부터 했다.


구슬땀을 흘리며 볼일의 현장을 정리 한 P사원은 그 '시설'의 정체를 알고 난 뒤 놀라 뒤집어졌다.

그 '시설'은 화장실이 아니라 무슬림(이슬람교도)들이 기도를 올리기 전 정갈하게 손과 얼굴, 발까지 씻는 '우두실'이었다.



P사원은 당시 무슬림이 있었다면 경찰서에 끌려갔을 일이라는 주재원 얘기를 듣고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두실은 발도 씻을 수 있도록 일반적인 세면대보다 바닥에 가깝게 설치돼 소변기로 착각할 수 있다.

중동 등 서남아시아는 다른 지역보다 종교, 환경 등 문화적 이질감이 큰 만큼 사전에 숙지할 필요가 있다.



#모 일간지에 근무하는 K기자(男). K기자는 입사 초기 미국 반도체 기업 방문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4박6일간 일정으로 출장을 갔다.

현지 도착 후 이튿날, K기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자들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 일정에 초대 받았다.

중국식당에서 열린 저녁식사 자리에서 K기자는 전체적으로 서먹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서울에서 했던 대로' 고량주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현지에서 안면을 익힌 대만 남자 기자에게 다가갔다. 그는 술잔을 가득 채워 서로의 팔을 엇걸고 잔을 비우는 이른바 '러브샷'을 2차례 선보였다.



쏟아지는 박수갈채. K기자의 러브샷 덕분에 경직됐던 식사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고 이후 각국 기자들끼리 더욱 편하게 대화가 오갈 수 있었다.

장소를 옮겨 가볍게 맥주 한잔 마시는 분위기. 기자들 간 한창 즐거운 이야기가 오가는 도중 호주의 남자 기자가 K기자에게 다가왔다. 이윽고 조심스럽게 "Are you gay?"(당신 게이입니까?)라고 물었다. 순간 K기자는 '러브샷'을 떠올리며 "No, no, I'm not gay!"라고 외쳤다. 갑자기 정적이 흐르고 주위 모든 시선이 K기자에게 쏠렸다.

이튿날 K기자는 전날 함께 했던 기자들로부터 많은 안부 인사를 받았다. 하지만 K기자는 이들이 인사한 후 뒤를 돌아보며 '키득키득' 웃는 모습을 경험해야만 했다.



#모 건설사 건축해외영업팀 3년 차인 김씨. 그는 지난해 인도로 출장 갔을 때 뉴델리 외곽 마을 민박집에 묵었다.

김씨는 1달여 장기출장 동안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환경에서 버티기 위해 체력관리가 필수라고 생각, 아침마다 동네를 한 바퀴씩 돌았다.

하루는 김씨가 조깅을 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물이 담긴 페트병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길로 가지 않고 덤불 속으로 한두 명씩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김씨는 궁금함에 달리기를 멈추고 그들이 가는 곳을 쫓았다. 이윽고 사람들이 이동한 덤불에서 풍겨오는 알싸한 냄새. 알고 보니 이곳은 변변한 화장실이 없는 현지인들을 위한 간이화장실이었다.

용변을 마친 그들은 페트병에 담긴 물을 이용해 특정부위(?)를 닦았다. 한마디로 수동식 비데였다. 신기하게 쳐다보던 김씨는 덤불 사이로 드러난 눈과 마주치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다소 멀어진 곳에서 돌아본 덤불에는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돼지들이 모여 푸짐한 '아침식사'를 만끽하고 있었다.



#언어에 얽힌 사연도 많다.

한 조선회사 해외영업팀에 배치 받은 최씨. 그는 현지에 도착한 이튿날 아침을 먹으러 호텔 식당에 갔다. 최씨는 조금 늦겠다며 '달걀 후라이'를 시켜놓으라는 팀장의 지시에 따라 직원에게 "Fried egg, please"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직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What?"(네?)을 연발했다.

당황한 그는 양팔을 들어 닭날개짓을 하며 다시 "Fried egg, please"를 외쳤다. 그제야 이 직원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갔다.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 최씨는 직원이 들고 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직원의 손에 들린 것은 통닭, 프라이드치킨이었다.

뒤늦게 식사 자리를 찾은 팀장과 최씨, 그 둘은 입맛 없는 아침부터 통닭을 뜯어야했다. 국내로 복귀한 후 최씨는 소리 소문 없이 국내영업팀으로 발령이 났다.

GS건설에서 해외인력 채용을 담당하는 글로벌인력지원팀 윤인섭 과장은 해외에 나가 낭패를 당할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지적했다.



이란은 사이드미러 없는 차들이 대부분이고 과속을 즐긴다. 보통 옆차와 뒷차를 신경 쓰지 않고 앞만 보고 가기 때문에 잦은 접촉사고가 일어나며 사고 후에 사이드미러가 파손돼도 고칠 생각을 않는다.

시내에도 신호등이 거의 없고 대부분 과속하기 때문에 처음으로 이란 출장을 가면 길을 잘 건너지 못해 고생한다. 이럴 경우 차량 운전자와 눈을 마주치면 보행자가 양보할 거라고 믿고 그냥 달리니 조심해야 한다.

뭄바이 쪽에서는 신호 대기 중 구걸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절대 창문을 열지 말라고 운전수가 주의를 준다. 한 사람에게 돈을 주면 떼거리로 몰려든다고 한다.



필리핀에서는 일명 '찌뿌니'로 불리는 차량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손님들이 뒷문으로 탔다가 다시 뒤로 하차한다. 이럴 경우 운전자가 어떻게 요금을 받나 궁금해 했더니 손님이 뒷문으로 승차하면 요금을 앞 손님에게 전달해 운전자가 받는다고 한다. 때문에 찌뿌니를 타고 졸 경우, 목적지 인근에서 깬 후 서둘러 내리는 바람에 요금을 내지 않는 우를 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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