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債발행사에 큰소리칠 감시기관 필요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9.02.0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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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보호의 사각, 회사채]<중>"채권 수탁 전문회사 키워야"

회사채는 원리금 만기상환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철저한 '예방조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낭패가 생기고 이 경우 해결이 쉽지 않은 탓이다. 특히 일반 개인 투자자들은 정보력이나 분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채권 발행회사의 예기치 못한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어렵다.

따라서 사채권자를 대신해 기업이 채권발행계약서를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고 원리금을 만기때 탈없이 상환 받을 수 있도록 뒷일 도맡아 줄 전문적인 '누군가'가 필요하다. 기업은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발행 주관을 맡은 증권사는 투자자를 모은 뒤 수수료를 받으면 그만인 구조에서 시장관리자의 존재는 중요하다.



외국의 경우 전문 금융회사를 둬서 채권발행 시점부터 상환까지 투자자의 이익을 챙겨 주고 있다. 미국은 '채권 수탁자'제도를 통해 금융회사들이 채권의 수탁업무를 전문적으로 맡는 조직을 키우도록 유도해 왔다. 현재 JP모간체이스와 뉴욕은행(Bank of New York)이 채권 수탁시장에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정교한 회계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기업의 경영을 어떻게 하는지 감시하고 담보 관리 능력 여부 등을 수시로 체크해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알려주는 시장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금융회사의 상황은 열악하다. 전문 금융사는 커녕 채권 수탁업무를 대부분 채권상품팀이나 소매영업팀 등에서 담당하고 있다. 채권 수탁 업무를 본업외 '곁가지'로 맡다 보니 전문성과 집중력이 떨어져 사채권자의 이익보호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또 채권 발행 주관과 인수를 맡은 회사가 수탁업무를 겸하고 있는 관행도 문제다.
이런 구조는 증권사들이 발행 수수료와 인수수수료에 치중하게 만드는 심한 이해상충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예컨대 A회사가 발행한 선순위 채권의 수탁회사를 B금융회사가 맡았다고 치자. A회사가 다시 후순위 채권을 발행할 때 B금융회사가 인수회사로 나서면, 선순위 채권에서 문제가 생겼더라도 후순위채의 원활한 발행에 따른 수수료를 얻기 위해 이를 눈감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심지어 수탁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수탁업무를 '공짜'로 맡기 때문에 사채권자를 위한 '서비스'가 당초부터 부실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필규 한국증권연구원 박사는 "인수회사가 수탁을 겸할 경우 채권 발행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인수수수료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며 "수탁회사의 투자자보호 의무가 구체적으로 확립돼도 이런 이해상충을 방지하지 않는다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수탁업무를 전담할 조직이 없어 사채권자 보호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구제적으로 알지 못하는데다 채권자 보호를 소홀히 했을 때 책임 규명이 불분명하고 벌칙도 없어 전문회사의 육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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