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채 발행실패는 소중한 쓰린 기억"

더벨 이승우 기자 2009.01.2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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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국 삼성證 IB사업본부 국제금융파트 부장

이 기사는 01월27일(12: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고승국 삼성증권 IB사업본부 부장(사진)은 지난해 9월, 강만수 장관이 이끄는 현 정부 경제팀을 코너로 몰아넣은 외평채 발행 실패를 생각하면 아직도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기분이기 때문이다.



홍콩에서 1차 투자자 모집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2차 모집을 위해 몸을 실은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소식을 들었다.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외평채 발행실패는 소중한 쓰린 기억"


삼성증권은 당시 국내 증권사로는 유일하게 외평채 발행 주관사에 선정됐다. 산업은행이 재작년 국내 주관사로는 처음으로 기회를 얻은 것을 빼면 외평채 발행은 언제나 내로라하는 외국 투자은행 몫이었다.



"모든 IB들이 그렇듯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비록 실패는 했지만 정부 외평채 발행은 좋은 경험이었다"

결과적으로 딜은 깨졌지만 처음으로 현장을 누벼본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만큼 소중하다고고부장은 말했다. 첫경험에 다소 경황이 없기도 했지만 누굴 어떻게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는지 '감'을 잡았다는 것이다.

사실 외국 IB들도 정부가 추진하는 외평채 발행 주관 업무에서 큰 이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트렉 레코드(Track Record)를 쌓아 다른 딜(Deal)을 따내기 위한 명예 업무로 여긴다.


삼성증권의 주관사 발탁은 당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SAMSUNG'이라는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 등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진 IB의 벽은 역시 높았다. 세계적인 네트워크와 방대한 트렉 레코드는 감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 나름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고부장은 자신있게 말했다. 국내 투자자 모집 담당이기도 했지만 해외 투자자 모집을 위해서도 발벗고 나섰다. 그 결과 다른 주관사들보다 투자자금 모집액수가 더 많았다.



고 부장은 "진입 장벽도 있고 규모의 경제에서 외국 IB들에게 밀리는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놓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

외평채 발행에 참가하면서 해외 DCM(Debt Capital Market) 영업 강화를 위해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의 절실함을 느꼈다. 삼성증권은 이미 홍콩 리서치 센터를 오픈해 아시아물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홍콩을 거점으로 영역을 확장해 간다는 계획이다.

조직 개편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주식과 주식관련상품에 집중하고 있는 ECM(Equity Capital Markets) 조직을 확대해 DCM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물론 걸림돌은 많다. 국내 발행자들은 여전히 해외 IB를 절대적으로 선호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인식을 바꿔 놓아야 하는게 국내 IB들의 큰 숙제다. 게다가 올해 해외 채권 발행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트렉 레코드와 수행역량을 중시하는 관행상 국내 증권사를이 외화채권 발행 주관사로 선정되기 어려운 한계도 분명히 있다. 국내 증권사와 기업 양쪽 노력이 동시에 있어야한다. 올해도 금융기관 부실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실물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해외 조달금리 정상화를 위한 시간은 길어질 것이다"

고 부장은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심정으로 올해 정부 외평채 발행 주관사에 재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직전 주관사를 내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고 부장의 희망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 부장은 지난 99년 삼성증권에 입사해 줄곧 IB사업본부에서 근무했다. ECM과 국제금융 파트를 담당했고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서 해외 DCM 파트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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