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판교… 아파트도 상가도 '텅텅'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전예진 기자 2009.01.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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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로또 단지는 지금②]입주시작한 판교신도시 가보니

↑판교신도시내 아파트 전경. 집들이는 지난달 시작했지만 단지 주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어수선하다.↑판교신도시내 아파트 전경. 집들이는 지난달 시작했지만 단지 주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어수선하다.


28일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현장. 지난달말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지만 판교는 아직도 공사가 한창이다. 신도시 곳곳을 누비는 대형트럭과 공사 인부들만 눈에 띌 뿐 아파트 입주민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바람에 펄럭이는 '입주를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다. 단지내 상가도 텅텅 비어 있다. 상가 점포마다 '매매',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현장을 살피는 사람은 없다.

'로또 단지' 대명사 판교신도시 아파트의 입주율이 저조하다.



'부영사랑으로', '대방노블랜드' 등 서판교 아파트가 한달 전 입주를 시작했지만 한 자릿수 입주율에 머물고 있는 것. 이날 현재 부영사랑으로는 총 371가구 중 22가구, 대방노블랜드는 총 266가구 중 8가구가 입주했다.

동판교 인근 H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 입주는 시작됐지만 교통·쇼핑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지금 판교는 밤이나 낮이나 썰렁한 유령도시"라고 말했다.



◇"살던 집 안 팔려 입주 못해요"=전문가들은 판교신도시 입주율이 저조한 요인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를 꼽는다. 기존에 살던 집을 팔아 잔금을 내고 입주하려던 계약자들이 주택 거래 위축으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판교신도시 입주예정자 유진희씨(37·가명)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고 2달전에 집을 내놨는데 구경오는 사람이 없다"며 "입주기한내에 집이 안 팔리면 빈 아파트 잔금 이자와 기본 관리비를 꼬박 부담해야 할 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서울 잠실·반포 등에서 시작된 수도권 역전세난도 걸림돌이다. 분당시도시 D중개업소 관계자는 "생활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잠실이나 반포, 분당에도 전셋집이 넘쳐나는데 허허벌판으로 들어갈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교통시설, 쇼핑시설이 제대로 갖춰지기 전까지는 공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통·쇼핑 등 편의시설 미비=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입주민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체계가 잡히지 않았고 문을 연 상가도 거의 없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쇼핑시설이 없어 분당신도시까지 나가야 장을 볼 수 있다. 각급 학교는 오는 3월 문을 열 예정이다. 대부분 공사는 끝났으며 일부 학교는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판교에는 운중초 산운초 낙생초 등 3개, 동판교에는 성남송현초 등 4개 초등학교가 개교한다. 중학교는 운중중 판교중 삼평중 등 3개교가 들어선다.



신도시 부지 및 시설 조성공사 공정률은 70%선. 큰 도로와 연결되는 지선도로도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 판교역은 2010년 7월에나 개통될 예정이다. 판교역 주변 주상복합, 상가건물이 올라갈 자리도 텅 비어 있다. 입주 초기에는 공사소음, 먼지 등에 시달릴 수도 있다.

◇"로또 판교 옛말"…전셋값도 약세=부영사랑으로, 대방노블랜드에 이어 이달말부터는 한성필하우스(268가구) 모아미래도(585가구) 대광건영(257가구) 이지더원(721가구) 등이 줄줄이 입주를 시작한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수천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뜨거웠던 시장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입주예정자들은 웃돈은 커녕 집값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판교 입주예정자 최형석씨(45·가명)는 "로또 아파트에 당첨됐다고 지인들에게 밥까지 샀는데 3년만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로또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소식에 요즘은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전셋값도 약세다.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데다 생활이 불편해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당초 2억5000만원선으로 예상됐던 109㎡ 아파트 전셋값은 1억5000만∼1억6000만원선으로 떨어졌다. 79㎡ 아파트 전셋값은 1억1000만∼1억3000만원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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