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쇼크, 코스피 900도 비싸다"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9.01.2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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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게 듣는다]정윤식 ING자산 주식CIO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로 올해 기업실적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 기업이익이 줄어든 만큼 목표 지수대를 더 낮춰 잡는 것이 합리적이다. 전년대비 20%이상 하향조정될 경우 코스피 1000도 결코 싼 지수는 아니다. 글로벌 차원의 경기부양책과 공격적인 통화정책이 변수지만 하반기 증시 반등론자들의 입지가 삼성전자 실적발표 이후 급격히 약화됐다."

"삼성電 쇼크, 코스피 900도 비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9400억원 영업적자를 발표한 23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셜센터 빌딩 6층 사무실에서 만난 정윤식(사진) ING자산 주식운용본부장(CIO)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 발표로 국내증권사의 기업실적 하향전망이 잇따를 것"이라며 “올해 증시가 지난해처럼 30%이상 급락하는 약세장은 분명 아니지만 기업실적과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추세상승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각국의 경기부양책과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몇 번의 단기매매 기회는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보수적 전망 이면에는 미국과 유럽의 '2차 금융위기' 우려감이 깔려 있다. 로열뱅크오브 스코틀랜드(RBS)와 씨티은행 등 선진국 상업은행의 대규모 추가손실은 실물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글로벌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상업은행의 정상화를 위해 천문학적 공적자금이 투입될 경우 글로벌 경기회복은 좀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삼성전자 포스코 등 국내기업 실적도 올해 급격한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인정했다. 오히려 실적하향조정으로 국내증시의 저점도 한단계 더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한국경제의 위축으로 외국인들의 순매수 전환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까지 외국인 순매수는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겨냥한 단기매매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정 본부장은 "글로벌 차원의 경기부양책이 실패할 경우 저금리와 과잉유동성의 후유증까지 우려해야 한다"며 "올해 주식시장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라"고 주문했다. '상저하고'라는 국내증시의 다수 견해는 실물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출신의 정 본부장은 1989년 대한투자신탁(현 하나UBS자산운용)입사후 글로벌 자산운용과 국내주식운용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7년10월 ING자산운용으로 옮겨 주식부문 CIO(투자책임임원)를 맡고 있다. 다음은 정 본부장과 일문일답.

2009년 국내기업 EPS, 전년대비 최소 20% 감소
-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증권사들은 여전히 기업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는 느낌이다 .
▶ 삼성전자의 4분기 9400억원 영업적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쇼크’ 그 자체였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가 최대 6000억원 정도의 적자를 예상했지만 시장의 컨센서스는 4000억원대였다. 시장 컨센서스의 2배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영업적자는 글로벌 실물경기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전이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기업의 올해 실적 전망치에 대해 하향조정해야 한다. 여전히 대다수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기업실적을 전년대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실적발표로 국내증권사들의 주당순이익(EPS) 하향조정도 불가피하다. 일부 외국계들은 올해 주당순이익을 전년대비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기업이익 하향전망이 가사회될 경우 국내증시의 적정주가도 한단계 내려가는 것이 불가피하다.
▶ 당연하다. 현 지수대는 PER(주가순이익배율) 1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이 감소한다고 가정할 경우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20% 감익을 예상할 경우 적정지수는 900대로 낮아진다. 하지만 기업이익이 하락국면이고 기업실적의 가시성 또한 낮아지고 있어 PER 10배를 적용하는 게 합당한지도 의문이다. 기업이익과 PER를 모두 낮춰 적용할 경우 한국증시의 적정 지수대도 비교적 큰 폭으로 하향조정된다. 900대가 적정 지수대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유동성 장세, 기대하기 힘들다
- 부진한 기업실적과 경제지표가 올 1분기에 계속 발표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일부 증권사에서는 ‘유동성 장세’를 주장하고 있다. 1분기중에 1300대를 상회하는 유동성랠 리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 올해 증시는 지난해 못지않은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펀더멘털 악화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주가가 지난해 30%이상 하락했고 정부도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점은 긍정요소다. 이같은 상황에서 ‘호재’만 있으면 언제든지 국내증시도 300포인트 정도는 쉽게 반등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1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MMF에 몰려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만으로는 유동성장세를 기대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신용 스프레드(국고채-회사채 금리)의 추가적인 축소가 필요하다. 펀더멘털의 개선에 앞서 저금리와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몰려와야 하는데 아직은 이를 기대하기 힘들다. 경기바닥권 탈출에 대한 공감대도 부족하기 때문에 단순히 저금리와 과잉유동성만으로 큰 폭의 증시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다.

- 건설 조선업종에 대한 1차 구조조정안이 발표됐다. 이번 조치가 미흡하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이같은 시장 평가에 동의하는가.
▶ 외환위기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IMF직후에는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요인들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경제가 동시에 침체에 빠져 있다. 이로 인해 급격한 V자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실물경기 악화를 가져올 급격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생각한다. 1차 구조조정 성과를 지켜본 후 추가 구조조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속도와 대상 등에 대해 정 본부장은 말을 아꼈다. 자칫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비춰질까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1차 구조조정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기업부문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섣불리 투자하기 힘들다고 인정했다.)



- 이번 구조조정에서 은행권의 지나친 보신주의가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 은행권 역할도 과거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외국인들이 70%이상 지분을 확보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정부정책의 보조자 역할을 요구할 수 없다. 더욱이 은행 자체도 1,2년 경영 계획 등을 수립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국내 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실물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 은행의 자산건전성 이슈가 재차 부각될 수 있다. BIS 비율이 12%를 넘었다고 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은행이 정부정책에 손쉽게 장단을 맞추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 국내 은행주 가격은 실물경기 악화에 따른 추가 부실화를 반영하고 있는가.
▶ 국내 은행권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중소기업 소호 개인 부문에서 추가 부실이 우려된다. 현시점에서 이들 대출자산이 얼마나 부실채권으로 전락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은행주에 대한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은행업종의 비중을 크게 낮추고 있지는 않다. 국내증시의 변동성이 심하고 업종간 순환매가 빈번하기 때문에 특정 업종의 편입비중 확대에 소극적이다. 가급적 시장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美ㆍ英 상업은행 추가부실은 글로벌 증시에 치명타
- 영국과 미국 주요 상업은행들이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하면서 ‘2차 금융위기’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고 보는가.
▶ 개인적으로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는 업무영역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투자은행(IB)에서 촉발됐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 주인공인 RBS와 씨티은행은 거래대상과 취급상품이 IB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특히 실물경기 침체로 지난해까지 문제가 없었던 우량자산들이 부실화될 수 있어 이들 상업은행 부실화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상업은행의 위상 때문에 RBS 등에 천문학적 자금 투입은 불가피하다. 우리도 IMF 때 이미 경험했다. 공적자금투입으로 가계소비와 기업투자 가 큰 폭으로 위축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가 올 하반기 바닥권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낙관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 글로벌 차원의 실물경제 침체는 각국정부의 경기 부양의 속도, 규모 및 효율성에 따라서 침체의 깊이와 기간이 결정될 수 있다.

- 외국인들이 올들어 국내주식시장에서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외국인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기도 한다. 외국인의 지속적인 순매수를 기대해도 좋은가.
▶ 지난해 12월이후 외국인의 순매수는 크게 2가지 모멘텀에 근거했다. 1500원대의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하락하는 등 환율안정과 1000선이 지지선으로 작용하자 순매수를 보였다. 즉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익과 기술적 반등을 겨냥하고 순매수에 나섰다. 한국경제가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양호할 것으로 보고 들어온 것은 아니다. 그런 만큼 추세적인 순매수를 기대하기 힘들다. 앞으로 외국인들은 환율과 지수를 보면서 단기 트레이딩으로 대응할 것으로 본다. 개별종목 보다는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주로 매수하는 것에서 그같은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적회복에 근거한 개별종목 매수는 여전히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에 증시 자체를 사고 판다.

"그린 에너지 관련주 관심있게 지켜본다"
-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 개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종목이 있다면.
▶ 개인들이 올해같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 글로벌 차원의 악재들에 대한 정보가 부재하기 때문에 ‘하반기 경기회복론’에 근거해서 주식시장에 접근해서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좀 더 긴 시간을 갖고 주식투자에 나서야 한다. 다만 ‘그린 에너지’ 관련주들은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그린 에너지는 ‘대운하 개발주’같은 일시적인 테마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향후 전략적 과제로 추진할 새로운 트렌드다. 연초이후 많이 올랐지만 긴 안목으로 향후 성장이 담보된 관련주식을 찾을 수 있다면 몇 년 이내 좋은 수익률로 보상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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