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되는 은행 수익성, '사방이 악재'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9.01.2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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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은행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은행들은 올해 목표를 '생존'으로 내걸며 건전성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수익성이 계속 약화하는 경우 자칫 존립까지 위태로워 질 수 있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은 이를 타개할 '묘책'도 눈에 띄지 않아 은행권의 수심은 깊어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부실여신 증가', '자본확충' ,'금리인하' 등 3중고 타개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미 은행 및 은행계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 전망치를 크게 낮춘 상태다.



◇충당금 얼마나= 실적악화는 대손충당금 확대로 이어진다. 그만큼 이익이 줄어들게 돼 은행의 수익성은 떨어진다.

은행권의 부실여신 증가는 예고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70%로 전년 동기대비 0.7%포인트 높아졌다. 대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 대출 연체율도 2007년보다 0.54%포인트 오른 1.46%를 기록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현실은 은행의 부실여신이 시차를 두고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건은 부실 여신의 규모와 증가속도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올 들어 은행의 부실여신이 크게 늘어났다"며 "지난해와 비교할 때 매우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감을 보였다.

SK증권은 최근 발표된 건설사 및 중소건설사 구조조정으로 인해 은행권이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규모를 1조7800억원으로 추정했다. 다음달 2차 구조조정이 추진될 경우 은행들은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적립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대출자산 중 42조원 가량이 부실처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시중은행 대출자산 838조원 중 약 5%가 앞으로 3년에 걸쳐 부실처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부실여신이 얼마나 늘어날 지는 앞으로 경제상황과 구조조정 추진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은행권이 자본확충펀드 신청을 놓고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본확충도 '부담' = 은행들이 최근 자본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자본을 늘린 것도 수익성에 큰 부담요인이다. 지난해 4분기 7개 은행(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기업ㆍ부산ㆍ대구)이 증자 및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각각 5조3000억원, 6조9000억원의 자본을 늘렸다.



지난해 11월에 집중적으로 발행된 은행 후순위채의 금리수준은 연 7.7~7.8% 수준이며, 하이브리드채권의 경우 8.6~8.8%에 발행됐다. 은행들이 후순위채를 집중적으로 발행한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은행권 대출금리는 대폭 하락했다.

심규선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자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은 순이자마진(NIM)하락으로 이어져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CD금리 등 시중금리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수익성에 부담이다. CD금리에 연동되는 대출금리의 하락세가 가파르게 나타나 은행의 주 수익원인 '예대마진' 폭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은행들이 어느 정도 실적을 내더라도 올 1분기 는 기대할 것이 없을 것"이라며 "솔직히 올해 은행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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