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교육계는⑥]금통위원과 교육위원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9.01.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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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딜러들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동향에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운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느냐, 내리느냐, 아니면 동결하느냐에 따라 한 순간에 수익률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기 때문이다. 채권딜러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종사자라면 누구나 한은의 동향을 예의주시한다. 보다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려는 로비전이 치열함은 물론이다.

이처럼 금리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결정을 아무나 함부로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은 총재를 의장으로 하는 7인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금통위원은 특정집단의 이해관계를 떠나 공익의 잣대로 중차대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임명도 대통령이나 총재가 독단적으로 행하지 않는다. 금융, 산업계 등 각계 추천기관에서 추천을 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2003년 한은은 중요한 과실 하나를 따낸다. 한은법 개정으로 금통위원 당연직이 총재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 것. 경기를 우선시하는 재정경제부와 물가안정이 목표인 한은은 근본적으로 이해관계가 대립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은은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보장받기 위해 치열하게 국회를 설득했고 결국 부총재까지 당연직 위원이 되도록 했다.

금리결정을 둘러싼 금융계의 치열한 공방은 교육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기로는 교육계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사소한 정책 하나 바꾸려다가 큰 코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교과부는 학교급식 현장에 영양교사나 영양사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조리사가 일부 영양교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직무규정을 신설하려 했다가 큰 반발에 부딪혔다. 영양교사와 영양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대한영양사협회, 전국대학교식품영양학과교수협의회, 한국대학식품영양관련학과교수협의회 등의 단체로부터 계획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 결국 교과부는 이를 수용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을 그 때 그 때 주먹구구식으로 땜질처방하지 않기 위해 대안도 제시됐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바로 그것. 국가교육위는 각종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고 금통위처럼 교육정책의 주요 결정을 다수결 합의제 형태로 진행하자는 방안이다. 이는 97년 대통령 선거 이래 주요 후보들의 핵심 공약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약에 이를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가교육위원회를 자문기구 형태가 아닌 합의제 정책결정기구로 만들자는 논의가 심각하게 오갔다.


그러나 독립된 합의제 결정기구를 만드는 것은 교육정책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정부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이어서 채택되지 못했다. 대신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라는 자문기구를 만들었다. 자문기구는 정부마다 이름을 달리하며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는 끝나지만 아이들에 대한 교육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끝없이 이어진다. 이명박 정부는 대입 완전자율화, 영어공교육 강화, 역사교과서 수정 등의 작업에 박차를 가하지만 국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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