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날렵한 탱크' 랜드로버 디스커버리3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09.01.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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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 Life]'세단'같은 부드러운 엑셀‥각종 장치 운전 흥 돋워

차문을 열기 전 덜컥 겁부터 났다. 시야에 들어온 육중한 몸매가 흡사 거대한 탱크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3↑랜드로버 디스커버리3


'랜드로버 디스커버리3(디젤)'는 경쟁 모델 중 적재 공간이 가장 크다. 세계 유일의 특허 기술인 '일체형 바디 프레임(Integrated Body Frame)'이 적용된 외형은 정말로 단단해보였다. 이 기술은 '프레임(철제 구조물이 강성을 유지하는)'과 '모노코크(자동차 외형이 차체강성을 유지하는)' 방식을 결합한 것으로 차체 강성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견인력도 3.5톤으로 경쟁 모델 중 가장 강하다.

한마디로 골리앗을 만난 다윗이랄까. 실제로 다윗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 순 없지만 예상치 못한 적을 만났을 때의 당혹스러움과 위압감이 저절로 느껴졌다.



↑운전석↑운전석
그러나 막상 운전석에 앉으니 순식간에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탁 트인 시야와 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아늑함이 운전석을 감쌌다. 부드러운 엑셀감 때문인지 마치 날렵한 세단에 올라탄 느낌도 났다.

2.7리터 터보차저 V6 디젤엔진을 장착한데다 최대출력 197마력(4000rpm)과 최대토크 44.9kg.m(1900rpm)을 갖춘 성능에서 나오는 힘이 그대로 전해왔다. V6 엔진 덕분인지 디젤 차량답지 않게 소음이 적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단점으로 꼽히는 코너링에서도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



여기에 장난감 같은 각종 장치들이 운전의 흥을 돋웠다. 그 중 랜드로버의 상징인 '전자동 지형반응(Terrain Response) 시스템'은 백미 중 백미다. 운전석 옆 센터 콘솔에 붙어있는데 다이얼로 5가지 모드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모드별로 승차 높이나 엔진 토크의 반응, 경사로 컨트롤, 전자 트랙션 컨트롤, 트랜스미션 등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다.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일반도로는 물론 얼음이나 눈길, 자갈밭 등 미끄러지기 쉬운 길과 진흙, 모래, 바위 길과 같은 거친 노면에서도 안전 주행이 가능하다. 일부러 눈길을 달려봤는데 심리적인 효과 때문인지 노면과 붙어서 달리는 기분이 났다.

또 랜드로버의 특허 기술인 '내리막길 제어장치(Hill Descent Control)'는 신기했다. 경사면에서 저단으로 변속한 후 스위치를 누르니 별도의 조작을 하지 않아도 ABS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작동됐다. 쭉 미끄러져 내려가다 '턱'하고 걸리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자동변속기 ↑자동변속기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는 조작이 너무 쉬워 제대로 주차가 됐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자동 변속기를 'D'드라이브에 놓고 출발하면 자동으로 풀리기 때문에 편리했다.

게다가 전화기 모양을 한 라디오 주파수 저장 버튼이나 히터 조절기 등 아날로그적 감성이 묻어나는 각종 버튼이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운전대에 있는 경적 버튼은 엄지손가락으로 누르기 쉽게 막대모양으로 돼있어 클릭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음료수를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글로브 박스도 눈에 띄었다.
↑넓은 실내공간 ↑넓은 실내공간
아쉬운 점 하나는 오프로드 SUV의 대명사로 불리는 랜드로버의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는 '오프로드'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홍보 사진에서 본 사막이나 바위가 많은 강가에서 폼 나게 차를 몰아보는 건 언제쯤 가능할까.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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