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청 "철거민 생떼" 플래카드 논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1.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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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에게 사과와 애도"vs "3월 초까지 설치"

용산구청 "철거민 생떼" 플래카드 논란


'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오니 제발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 용산구청 앞에 설치된 대형 간판엔 이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구청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들어갈 자리에 이런 내용이 적히자, 지역 주민들은 "이런 내용을 그렇게 크게 써 놓을 필요가 있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20일 오전 용산구 한강로3가 한강대로변 재개발 구역에서 경찰과 철거지역 주민들이 충돌, 총 6명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자 네티즌들은 "철거민을 폄하하는 내용이다"며 용산구청에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필명 '낮은표현'은 이날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이 같은 내용의 이슈청원을 했다.



그는 "여섯 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 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용산구청 앞 선전판에서는 이들 철거민들이 '생떼'를 쓰는 사람들로 표현돼 있다"며 "용산구청은 철거에 내몰린 구민들의 주장을 폄하하고 이들을 민주시민으로 대우하지 않겠다는 협박을, 그것도 공개적으로 일삼고 있다"고 이슈청원 배경을 설명했다.

'자운영'이란 필명을 쓰는 네티즌은 "70~80년대 군사 정치 시대도 아닌 민주국가 수도에서 (이런 일이 있다니) 오호 통재라"며 "이슈청원 코너에 서명한다"고 밝혔다.



다른 네티즌들도 "용산구청은 즉시 구청 앞 선전판에 실린 철거민을 폄하하는 문구를 지우고, 그 자리에 애도와 사과를 전하는 문구를 용산구청 명의로 게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산구는 당분간 이 간판의 내용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용산국제업무단지내에 들어설 랜드마크 빌딩 조감도가 나올 때까지 그대로 둔다는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재개발에 반대하거나, 보상금 문제로 구청에 항의하는 사람들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가 이뤄지지 않아 자중하자는 의미에서 그렇게 적었다"며 "늦어도 3월 초에는 다른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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