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신재생이냐 기존사업 강화냐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2009.01.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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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GS칼텍스는 그린에너지 사업 박차...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는 기존 사업 부가가치 제고

정유4사의 새해 전략이 크게 둘로 엇갈리고 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신재생에너지 등 신규사업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 반면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설비 등 기존 정유사업이나 석유화학 분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 (110,500원 ▼2,200 -1.95%)와 GS칼텍스는 기존 정유 분야 이외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16일 신일본석유와 EDLC용 탄소소재 생산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했다.

EDLC는 기존의 2차전지에 비해 출력이 우수한 친환경자동차용 전지로 각광 받고 있다. 앞으로 GS칼텍스는 이 EDLC의 핵심 소재인 탄소소재를 신일본석유와 함께 구미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허동수 회장이 올해 첫 해외출장 업무로 잡았을만큼 GS칼텍스가 역점을 두는 사업이다.

앞서 GS그룹은 정유사업 및 연료전지 사업, 자원개발 사업에 올해 총 1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었다. 허 회장은 “올해 목표는 원가절감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지만 R&D(연구개발) 투자는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에너지는 일찍부터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나서 2차전지를 비롯해 해양바이오 연료사업과 같은 녹색성장분야에서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SK에너지는 2010년 양산을 목표로 리튬이온을 이용한 2차전지 테스트 작업이 한창이고 우뭇가사리 등을 원료로 하는 해양바이오 연료 사업도 전라남도와 정식 양해각서(MOU)체결만을 앞두고 있다.

이와 달리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주력사업인 정유업과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업계에서 고도화 설비 투자에 가장 앞장섰던 에쓰오일 (60,900원 ▼200 -0.33%)은 아로마틱 콤플렉스 건설을 통해 석유화학 분야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로마틱 콤플렉스는 원유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로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인 벤젠 등을 만드는 시설 등이 포함된다.

이 회사는 2011년까지 이 분야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시설이 완공되면 현재보다 생산량은 2배, 영업이익은 20%이상 증가할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2011년 완공을 목표로 대산공장 고도화 설비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고도화 설비란 벙커C유를 경유나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드는 시설로 오일뱅크는 이 프로젝트에 총 2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회사측은 대산공장이 완공되면 고도화비율이 현재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30.8%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유사별 전략의 차이는 대주주의 경영 판단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지주사인 SK㈜와 GS홀딩스가 대주주로 사실상 오너의 의지가 신규사업 진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SK에너지의 경우 최태원 SK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전 회장 당시부터 자원개발 등 에너지 관련 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GS칼텍스의 허동수 회장도 정부의 녹색성장 기조에 맞춰 최근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유독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면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의 IPIC가 각각 대주주다. 국내 경영진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신규사업에 진출할 수 없는 구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녹색사업에 대한 정유4사의 전략 차이는 대주주의 차이가 가장 큰 이유"라면서 "SK에너지나 GS칼텍스가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크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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