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못하고 아이 못낳는 젊은이에게 꿈을!

머니투데이 홍찬선 MTN 경제증권부장(부국장) 2009.01.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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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윤증현 윤진식 진동수 경제팀에게 바라는 기대

결혼 못하고 아이 못낳는 젊은이에게 꿈을!


강만수 경제팀의 중도하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나고 말았다. ‘747 공약’을 개발하는 등 대선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고용 장관’이 아닌 ‘오너 장관’으로서 힘 있는 장관답게 소신 있는 발언과 정책추진으로 좋은 평가도 적지 않았지만, 국내외에서 밀어닥친 위기의 쓰나미를 비켜갈 수 없었다.

강 장관을 비롯해 이번에 실각한 전광우 금융위원장과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은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발 위기라는 외환(外患) 때문에 희생양이 됐다는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응을 제대로 했다면 밖에서 밀어닥친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희생양이라기보다는 자책점이 클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2006년 말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가 베어스턴스 파산(08년 2월)과 리먼 브라더스 파산(08년 9월) 등으로 확산되면서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데도 우리는 괜찮다며 사전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06년부터 주식을 매년 30조원 이상 대규모로 팔고, 국내 은행들의 단기 외채가 4년 만에 1000억 달러나 급증하는 등 외환관리에 비상이 걸렸지만 제대로 된 조치는 없었다.

윤증현 경제팀의 키워드=위기 극복



게다가 작년 9월부터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는 급락하는 등 위기상황이 본격화됐는데도, 우리는 LTV와 DTI 규제 등으로 문제가 없다며 사후 대응도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금융시스템은 마비되고, 기업 부도와 실업이 증가하면서 살림살이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장관은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도 이같은 상황악화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실용정부 출범 10개월 여 만에 경제팀을 교체하고야 만 것이다.

이 대통령이 부득이하게 경제팀을 교체하면서 제시한 키워드는 ‘신속한 위기극복과 잠재성장력 확충’이라고 할 수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윤진식 경제수석,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1997년 외환위기를 단시일 안에 극복해낸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소신과 원칙을 굽히지 않는 정통 경제 관료로 평가받고 있다.

윤증현 경제팀의 3가지 과제


따라서 윤증현 경제팀이 해야 할 일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무엇보다도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는 일이다. ‘미네르바 증후군’을 만들어낼 정도로 땅에 떨어진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윤 장관은 올해 초 MTN과의 신년대담에서 “실용정부의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입할 수 있는 정책과 자원이 유한하므로 우선순위를 정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 투입해서 해결하는 것을 보여줘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실기업 정리도 빠르고 과감하게 진행해야 한다. 좋은 기업과 문제 있는 기업의 옥석이 가려져야 자금이 돌고 위기도 빨리 이겨낼 수 있다. 시장과의 소통을 늘리고, 시장친화적인 정책의 그늘에 가려진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아야 따뜻한 자본주의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둘째 성장잠재력을 발굴해 내는 일이다. 이번 위기는 과거의 위기와 달리 전 세계가 함께 겪는 시스템의 위기다. 효과적인 정책을 찾기가 어려워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미래 성장잠재력을 키워내지 못하는 기업과 국가는 구조조정 쓰나미에 익사할 위험이 크다. 50년 동안 성공스토리를 썼던 한국 경제의 신화가 계속되려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새 경제팀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결혼 못하고 아이 못낳는 젊은이에게 꿈을!

셋째 실업문제, 특히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 일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부모에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증가하면서 결혼을 하지 못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기를 낳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삼팔선 사오정이 심화되면서 가장(家長) 실업도 함께 증가한다. 가장이 일자리를 잃고 자녀마저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이중 실업’이 현실화될 경우, 중산층은 급격히 무너지고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 허물어질 수 있다. 앞으로 10년 뒤에 이 땅의 주인이 될 청년들이 결혼을 못하고 아이를 낳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고밖에 할 수 없다.



윤증현 경제팀이 원칙과 전문성을 살려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해 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초심(初心)을 유지하면 경제정책도 성공하고 국민들의 살림살이도 나아지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초심을 잃는다면 실용정부 초대 경제팀처럼 축복 속에 출범했지만 중도하차하고 국민에게는 고통을 남겨주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윤증현 경제팀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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