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경제팀, '시장신뢰 확보+비전제시' 필요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9.01.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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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경제팀의 과제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경제주체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이 지속돼 왔으므로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지부진한 기업 구조조정 등을 빨리 마무리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MB노믹스라는 기본적인 틀 속에서 위기관리를 해 나가되 시장이나 경제 주체들이 답답해 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구체적인 비상플랜을 설정해서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현재의 위기국면을 해소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

비상시기인 만큼 경제팀이 엇박자를 내지 않고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1기 경제팀간의 불협화음은 정책의 신뢰도를 훼손했고 이로 인해 모든 경제주체들의 불안이 증폭됐으며 결국 경제팀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홍기택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제팀의 말을 믿을 수가 없게 된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경제팀 수장의 리더십과 팀플레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컨트롤타워가 중심을 잡고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계획을 만들어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것보다 기존에 마련한 경기부양책의 신속한 실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지난해 정부가 경기 침체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위기를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며 "경기하강을 막기 위해 지체할 시간이 없으므로 조정할 부분은 조정하되 가급적 경기부양을 빨리 실행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MB노믹스가 가는 방향 자체는 크게 달라질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확신과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리더십을 갖고 과감하게 해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책 프로그램이 거의 다 나와 새롭게 나올 게 많지 않아 보인다"며 "정부가 집행하는 사업이 궁극적으로 국가의 경쟁력 확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감시와 모니터링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강만수 장관과 윤 장관 내정자의 정책적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았다. 사실 윤 장관 역시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라는 'MB노믹스'의 기조 위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것은 상식적인 얘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장관 내정자가 기존의 정책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자기 색깔을 담은 정책을 전개할 여지는 다분하다.

대표적인 부분이 그가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추진했던 금산분리 완화 정책이다. 참여정부의 386 실세들과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소신과 원칙을 갖고 밀어붙였기 때문에 앞으로 재벌의 은행소유 등에 대한 규제 완화가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장관 내정자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놓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하는 사고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는데도 "경제논리"라고 답했을 정도로 원칙주의자의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다.



이처럼 어떤 원칙이 서면 강력하게 밀고 가는 성향이어서 정책의 실행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조선업체나 건설업체의 구조조정 등이 이전보다 시장의 요구에 맞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강만수 장관과 윤 장관 내정자의 정책적 차이보다는 시장에 대한 이해도의 차이와 그에 따른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 애널리스트는 "정책 그 자체 보다 환율을 관리하려고 한다든지, 한국은행의 일에 개입하려고 한다든지 하는 것이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 왔다"며 "정책의 차이보다는 시장을 아느냐 모르느냐는 차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어떤 정책을 내놓기 이전에 시장과 소통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여기에서 정책의 승패가 가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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