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키코소송을 전망한다

송기호 변호사 2009.01.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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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시장]키코소송을 전망한다


구랍 31일, 법원이 키코(KIKO) 계약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결정했다. 키코 계약의 해지를 인정한 것이다.

중소기업을 대리해 다른 키코 사건을 진행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 결정은 투자 상품의 투자권유 법리를 획기적으로 정립한 계기다. 여기서는 지난 판결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은 쟁점을 살펴보고 법원 결정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려 한다.

△키코 해지 판결의 배경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적절히 지적한 것은 은행들의 적합성 원칙 의무과 설명 의무 위반이었다. 은행들은 중소기업에게 적합하지 않은 구조로 된 키코 거래를 권유했다.



그러면서도 은행들은 키코 계약의 위험성을 명확하고 충분하게 중소기업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애초 중소기업들이 키코 계약을 체결한 주된 목적은 수출대금으로 받게 될 달러의 원화가치가 떨어질 경우의 환차손을 미리 막아보려는 것이었다. 물론 키코 계약을 투기적 차원에서 접근한 중소기업도 없지는 않았지만 이는 극소수였다.

그런데 환율은 정반대 방향으로 폭등했고 키코 계약 자체가 막대한 환차손을 중소기업들에게 입히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나 중소기업이나 공통적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키코 계약을 장래를 향해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결정이다.



△키코의 목적 달성은 이미 불가능
그런데 좀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은 키코의 경우 이미 환율 폭등으로 인해 그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점이다. 키코에서는 환율 폭등 상황은 처음부터 배제돼 있었다.

현재 키코 사건의 압도적 다수를 보면, 중소기업들이 은행들에게 이행해야 할 키코 거래 규모는 중소기업들이 은행에게 제공한 담보를 훌쩍 뛰어 넘는다. 다시 말하면 은행들은 키코를 팔면서 충분한 담보를 잡아두지 않았다.

만일 키코가 전통적인 기업 여신이었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은행들에게 키코 계약은 전통적인 여신 대출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수수료 상품이었다.


또한 대부분의 키코에서 은행들은 키코 계약으로 인해 은행이 입을 수도 있는 위험을 회피하려고 해외 금융기관과 반대 매매를 했다. 즉 지금과 같이 중소기업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것이 은행들의 이익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은행들은 이 돈을 해외 금융기관에게 지급해야 한다.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키코 손실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할 경우 은행들은 엄청난 손실을 본다. 이처럼 계약 당사자들이 둘 다 손실을 볼 목적의 계약은 존재할 수 없다.



은행들과 중소기업들과의 사이에 키코 계약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환율 변동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환율이 폭등, 키코 자체가 막대한 환차손을 중소기업에게 발생시키는 것은 애초의 계약 목적이 아니었다.

환율 폭등으로 인한 기업 손실을 막기 위한 중간 해지 청산 조항이 정식으로 가능한 키코를 구상한 은행도 있었다. 따라서 환율이 1300원선을 넘어 폭등한 지난해 10월쯤부터 키코 계약 목적 달성은 후발적으로 불가능하게 돼 이미 무효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계약 해지 여부와 관계없이 지난해 10월 무렵부터 키코 계약은 이미 실효되었다고 본다.

키코 소송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치열한 다툼이 될 것이다. 법원이 타당한 결론을 최대한 신속히 내려주길 기대한다. 부조리한 계약서 한 장에 중소기업의 땀방울이 물거품이 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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