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작년 10월과는 다르다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9.01.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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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기민한 정책공조… "증시폭락 촉발한 환율 동요 없을 것"

미국 씨티그룹이 지난해 4분기 10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지난 10월 절정을 이뤘던 '금융위기 쓰나미'가 재차 한국을 덮칠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의 악몽과 달리 이번에는 각종 금융지표가 '제2차 금융위기'우려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탄탄한 흐름을 보여 10월과 같은 공포국면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증권가에서 우세하게 대두되고 있다.



◇"10월과 같은 '환란'없을 것"

지난해 10월 코스피지수는 23.1% 급락했다. 장중 892.16(10월27일)까지 내려앉으면서 9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월별로는 외환위기 도래 직전인 1998년 10월 27.3% 하락에 이어 가장 큰 하락률을 보였다.



그러나 '2차 금융위기' 우려감이 퍼지는 올해 1월에는 16일 오전 11시 현재 0.5% 하락에 그쳐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코스피지수는 전날인 15일 씨티발 금융위기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6.0% 급락했지만, 16일에는 강보합을 보이면서 1110선 중반에서 비교적 잘 버티고 있다.

지난해 10월 급락세에 기름을 부은 것은 외환 상황이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9월 1000원~1200원 사이를 넘나들었지만, 10월 들어 국가 부도위험도를 나타내는 한국물 크레디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면서 환란수준에 맞닥뜨렸다.

10월 2일 종가기준으로 1223.5원으로 훌쩍 뛴 환율은 급격히 고점을 높여가며 중순 이후 급격히 치솟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10월 들어 하루가 다르게 1300원, 1400원으로 오름세를 보이다 11월25일 종가 1502.4원까지 치솟으며 1500원을 넘겼다. 그러나 이후 내림세로 돌아선 뒤 현재는 불안한 흐름을 보이기는 해도 1360원선에서 지지를 받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외환보유액이 앞서에 비해 급격히 줄어들면서 환란에 가까운 외환시장의 동요로 코스피지수의 급락세를 피할 수 없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하반기 첫 시작인 7월 외환보유액은 2475억2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10월에는 전달에 비해 사상 최대폭인 274억2000만 달러가 줄어든 2125억5000만달러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30일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서 외환시장이 10월보다는 올들어 상대적으로 동요가 덜하다는 점도 10월 악몽 재현설에 전문가들 사이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국제수지 개선 등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외환보유액은 전달에 비해 70억1000만달러 늘어난 2122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3월 이후 9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원/달러 상승 압력에 압박을 가하는 요인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달에도 정부 당국은 여행수지 개선 등에 힘입어 소폭이나마 외화보유액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환시장의 혼돈을 야기한 한국물 CDS(5년물 기준)프리미엄도 지난해 10월27일 700bp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14일 기준으로 309.4로 44.2% 급락, 국내 금융시장에 안전판이 되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7,370원 ▲10 +0.1%) 연구원은 "원/달러환율의 재급등에 대한 우려가 복병하고 자리잡고는 있지만, 10월과는 달리 아직 CDS 스프레드 재급등을 수반하지 않고 있어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체계적 위험 재발을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각국의 경기부양책도 다른 대목



글로벌 각국의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공조도 지난해 10월 절정을 이루던 금융위기 시기와 달리 재빠르고 공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기준금리를 급격히 낮추면서 지난해 연초 4.25%에서 현재 0~0.25%로 운용하면서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다. 신용위기의 단서를 제공했던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금리도 16일 사상 처음으로 5% 아래로 하락하며 금융대란을 불식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2.5%에서 2.0%로 0.5%포인트 인하하는 등 지난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225bp 인하했다.



한국도 기준금리가 지난해 10월 5.00%에서 현재 2.50%로 절반이 낮아지면서 서서히 효과가 발휘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2%대로 하락하는 등 지난해 10월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CD금리는 지난해 10월24일 6.18% 급등하며 기업과 가계에 주름살을 안겼다.

이와 함께 각국의 재정정책도 확대되는 점이 지난해 10월과는 다른 점이다.

미국 민주당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8250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 법안을 제안했다.



오바마 당선인의 제안대로 가구당 1000달러씩 세금 감면 혜택과 사회간접자본과 대체에너지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말부터 투입된 자금을 감안하면 1조5000억 달러 이상이 투입돼 금융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지난해 말 4000억위안(약 80조원)을 증시에 쏟아붇고, 2010년 말까지 4조위안(약 80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등 경기부양의 행보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외국인들의 국내증시에 대한 관점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만 4조6035억원을 순매도하며 증시의 하락을 주도한 외국인들은 12월 들어 8780원의 순매수로 전환한 뒤 1월에도 16일까지 7051억원의 매수 우위를 이어가는 등 국내증시에 호감을 나타내는 대목도 지난해 10월과 다른 점으로 지목된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씨티그룹과 도이치방크의 자금난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파생된 2차 글로벌 금융대란은 지난해 10월과는 다를 것"이라며 "각국 정부가 지금껏 대처한 행동 등을 감안하면 파급력이 약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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