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10월 데자뷰?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1.1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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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하단 더 내려야할 상황...정부정책 유동성 등 호재 작동중

미국과 유럽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위험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주가는 급락했다. 환율은 급등했다. 언젠가 본 모습이다. 코스피지수가 900대까지 폭락했던 지난해 10월의 데자뷰다.

1월 증시가 좋지 않을 것임을 모르진 않았지만 예상보다 좋지 않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현대차 (250,500원 ▲4,500 +1.83%)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낮췄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이 된 것이다. 무디스는 국내 10개 은행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화조달의 정부 의존도가 높아진만큼 국가 신용등급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불안하다는 소식에 두 회사의 신용위험도를 보여주는 CDS 프리미엄은 작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급등했다.

유럽발 금융위기 가능성도 제기됐다. 우리투자증권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대량으로 상품화, 판매해 왔던 유럽 금융기관들의 부실 규모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결산 결과가 나오는 1~2월에 추가손실과 충당금 설정, 잠재부실로 인한 퇴출 등 드러나지 않았던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15일(현지시간) 유럽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HSBC, 로이드TSB, 바클레이 등이 최소한 5% 이상 하락하는 등 금융주가 무너졌다.



코스피지수의 하단을 더 넓혀야 할 상황이다. 60일 이동평균선(1100선)이 지지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왔지만 이미 주요국 시장은 60일 이평선 밑으로 밀린 상태다. 우리만 유독 차별화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불확실성이 큰 실적 발표 시즌이다.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기간이고 돌발 악재에 따라 언제든지 지수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저점 테스트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지난해 10월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다. 금융불안 재발, 실물경기 악화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그 반대편에는 정부 정책과 유동성에 대한 기대감이 상존하고 있다.

게다가 이미 금리는 제로 수준까지 내려왔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마냥 현금을 들고 있거나 제로 금리 채권에 투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노력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금리가 시장 수요 확대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고, 최근에는 회사채, 카드채 등으로도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 유상증자에는 5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또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하면 어김없이 저가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개인은 3개월새 가장 많은 5635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도 4064억원 순매도했지만 차익거래청산을 위한 프로그램 순매도 568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매수 우위였다.

위기의 진원지인 뉴욕 증시도 마찬가지 모습이었다. 다우지수는 한때 8000선이 붕괴되기도 했지만 낙폭이 지나치다는 인식과 더불어 정부의 구제 기대가 저가매수세를 불러 상승 마감했다. 시장이 지난해와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아직은 강하다는 얘기다.



한편 오늘(16일)은 LG디스플레이, 삼성정밀화학, 한국제지가 실적을 발표한다. 미국에서는 씨티그룹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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