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국세청장, 사의 표명 전말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09.01.1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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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골프 스캔들에 결국 사임... "의혹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인사불만' 내부자 소행 의혹 등
-韓청장·국세청, 도덕성 치명타
-이주성·전군표 前청장 이어 불명예

한상률 국세청장, 사의 표명 전말


한상률 국세청장(사진)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김경수 국세청 대변인은 16일 “한상률 국세청장이 지난 15일 저녁에 청와대에 사의 표명을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어제(15일) 일부 언론에서 보도가 나올때까지 사의표명을 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마음을 비워둔 상태였다”며 “어제 저녁에 정식으로 청와대에 사의 표명을 했다”고 말했다.

사의 표명으로 그림, 골프 파동 등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김 대변인은 “의혹을 인정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라며 “이에 관련해서는 한 청장께서는 의견 표명을 안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도의적으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당시 국세청 수장에 올라섰지만 친기업 세정 등으로 현 정부와 비교적 코드가 잘 맞아 유임 가능성이 높았던 한 청장이 ‘그림’과 ‘골프’ 파동에 휩싸이면서 결국 국세청 현 청장의 3연속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점을 찍게 됐다.

◇준적도 받은 적도 없는 '그림'=‘자기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알려졌던 한 청장을 흔든 것은 일본 출장 중 난데없이 터져 나온 ‘그림 로비’였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인 이씨는 지난 12일 남편이 국세청장이던 2007년 2월 국세청 차장이던 한상률 현 국세청장 부부와 만나 저녁을 먹었고 이 자리에서 한 청장의 부인인 김모씨가 인사청탁 명목으로 고가의 그림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청장은 “전군표 전 청장을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없고 그림을 본적도 없다”며 “보도를 통해서 그림을 처음 봤다”고 밝혔다.



또 “비교적 잘해서 후배 직원들에게 귀감이 되고 싶었다”며 “(이번 일이) 근거가 없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해 본인의 결백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씨의 주장 다음날인 13일 전 전 청장은 변호사를 통해 “한 청장에게 그림을 받았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뒤집어 오히려 그림의 의혹은 더 커졌지만 한 청장의 유임 가능성의 불씨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골프로 도덕성 치명타=하지만 뒤이어 대통령 측근과 골프를 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한 청장의 도덕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한 국세청장은 지난 12월25일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지역구인 포항의 유력인사들과 골프를 치고 이 대통령의 동서와 저녁식사를 하는 등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청와대에서 주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자리가 개각에 따른 국세청장 유임과 국세청 고위직 인사 등의 현안이 몰려 있던 시점에서 마련된 것이어서 ‘인사청탁’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냐는 의구심이 높아졌다.

또 그림 로비의 이씨가 그림을 팔려고 내놓은 화랑 주인의 남편이 국세청 인사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진 지방국세청 모국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사불만을 둘러싼 내부암투가 이번 스캔들의 진정한 배후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한 청장을 비롯, 국세청으로서도 상당한 부담감을 안게 됐고 결국 한 청장의 사임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전군표, 이주성 등 현직 국세청장의 ‘불명예 퇴진’을 잇따라 지켜본 국세청 관계자는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며 애써 말수를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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