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금융권의 이 같은 인위적 작업으로 인해 자생력이 있는 기업마저 하위 등급에 분류, 자칫 억울한 퇴출이 이어질 수 있다고 건설업계는 우려했다. 실제 은행연합회가 최근 작성한 '건설사 신용위험 평가' 결과에 따르면 C·D등급으로 분류된 41개사 가운데 상당수 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결국 금융권이 살생부를 만들어 자구책 마련이 가능한 건설기업까지도 이유 없이 퇴출당할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과 은행연합회 등이 예정대로 퇴출 기업 명단을 확정, 그 결과가 노출되는 순간 해당 건설사는 최악의 경우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밝혔다.
시공능력평가 순위와 자기자본, 계열사 지원항목, 사업포트폴리오 등으로 구성된 비재무항목 평가 역시 업체의 질적 수준을 무시한 채 단순히 외형만 평가하도록 규정돼 있어 대기업은 유리한데 반해 중견, 중소기업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수도권 한 중견건설업체 재무담당 임원은 "세부적 평가 기준이 불분명하고 평가시점이 불투명해 업체들이 자산매각 등 경영개선을 위한 자구노력에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평가기준이 정상적인 경기 상황을 전제로 작성돼 C,D등급 해당업체가 과다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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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건설업체들 사이에선 이번 신용위험 평가가 단순히 금융기관만을 위한 게 아니냐는 불만도 적지 않다. 충청권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금융권의 건전성만을 위해 건설사들을 희양생으로 삼고 있다"며 분개했다.
건설업체들은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괄 평가 대신 개별 기업별로 채권기관이 평가한 후 신규자금을 비롯한 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재무 담당 임원은 "건설사마다 경영 형태에 따라 수주 등의 분야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개별 기업 사정에 맞춰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올바른 구조조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