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도 기업도 잃는다" 中자본 '먹튀논란' 가열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9.01.0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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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법정관리 신청]기술 빼가고 '적절한 명분' 찾아 발빼기

"기술 빼앗기고, 기업도 잃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A자동차회사 고위 관계자)

쌍용차 (5,500원 ▼150 -2.65%)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결국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오면서 중국자본에 의한 '먹튀'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 자본이 합법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기업을 인수해 투자는 등한시 한 채 핵심기술만 곶감 빼먹듯 빼가고, '적절한 명분'을 찾아 발을 빼는 행태에 대한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하이차의 철수 우려 등을 계기로 자동차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기술보호, 특히 M&A에 의한 기술유출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비오이하이디스의 기술유출 사건은 중국자본의 '한국기술 빼내기 행태'가 얼마나 노골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2003년 하이닉스반도체의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였던 하이디스는 중국 비오이 그룹에 4000억원에 매각됐다. 쌍용차 매각 때와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하이닉스의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결국 중국자본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비오이그룹의 '본색'은 곧바로 드러났다. 인수 직후 국내 회사 기술진을 대거 중국으로 데려가 자신들이 세운 합작법인인 비오이오티(BOE-OT)의 LCD 공장 설립 작업에 투입했다. 비오이측은 이를 발판 삼아 불과 2년만인 2005년 중국공장에서 최초의 5세대 LCD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반면 비오이하이디스는 철저하게 버림받았다. 투자는 중국에 집중됐고 2004년 376억원, 2005년에는 무려 1092억원의 적자를 냈다. 한계상황에 봉착한 비오이하이디스는 그룹에 신규 투자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결국 2006년 9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기술유출 혐의를 수사해 온 검찰은 지난 8월 말 전 비이오하이디스 대표 최모 씨 등을 불구속 기소했지만 유출을 주도한 중국 관계자들은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았다.

상하이차 역시 쌍용차 인수 이후 그동안 기술유출 논란과 함께 투자에 소극적이란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 왔다. 상하이차는 최근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영정상화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한국정부나 채권단에 적극적인 지원요청을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노조측이 받아 들이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발빼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아 왔고, 설마 했던 우려는 곧바로 현실로 다가왔다 .

반면 대주주로서 회사부실에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자세는 엿보기 힘들었다. 상하이차는 2005년 쌍용차 인수 이후 실질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쌍용차에 지급해야 할 기술개발 부담금 1200억원마저 뚜렷한 이유 없이 지급을 미뤄왔다.

쌍용차 노조는 최근 "내년 출시 예정인 소형 레저형 신차 ‘C200(프로젝트명)’의 기술이 상하이차로 무단 유출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측은 “아직 생산도 하지 않은 C200 기술을 상하이차로 넘기는데 쌍용차와 상하이차가 합의한 상태며 중국 정부의 승인만 남았다”고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상하이차가 먼저 쌍용차측에 기술 이전료 1200억원을 포함해 총 3200억원을 지원해야 한다"며 상하이차의 소극적인 투자행태를 비판했다.

검찰도 상하이차의 기술유출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해 7월부터 디젤 하이브리드카의 기술유출 문제와 관련해 수사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상하이차가 결국 발을 뺄 경우 쌍용차 임직원과 수백여개의 협력업체, 평택경제 등에 큰 타격을 남기면서 '중국자본 먹튀'의 전형적인 사례에 추가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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