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IB, 크기 욕심말고 자산관리부터 다져라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9.01.0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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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IB성공의 길](2) 규모보다 실리추구 우선

2월 발효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이 발효되면 IB 활동무대가 넓어지고 편해지게 된다. 금융상품의 포괄주의 도입과 함께 은행 보험 증권 벤처캐피털 등으로 나눠져 있던 장벽을 낮추고 일부 겸업을 허용, 업권별이 아닌 기능별 규율체제로 전환된다.

금융상품의 포괄주의가 적용되면, 종전처럼 금융상품을 내놓을 때 법에서 명시한 범위에서만 가능했던 것이 금지된 몇몇 조항을 빼면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또 증권과 자산운용업은 겸업이 허용되면서 일정 자격만 갖추면 증권사는 자산운용사를, 자산운용사는 증권사와 같은 내부 조직을 만들 수 있다. 한 마디로 신상품 개발이나 운용, 판매 등 금융상품을 통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상이 자동적으로 한국형 IB 혹은 뉴 IB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건설에 비유하면 자통법은 하나의 거대한 IB 택지조성사업일 뿐 그 위에 무슨 건물(콘텐츠)를 입주시켜서 어떤 타운(IB 얼개)를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오히려 처음부터 고객수요나 역량을 생각하지 않고 모양이나 크기에 대한 추구욕이 앞서 수요가 없는 분야나 모델을 거창하게 입주시켰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 자통법이 시행되면, 국내 금융회사는 한때 풍미했던 골드만삭스와 같은 거창한 IB를 목표로 하기보다 실리 중심으로 접근해 우리의 수준에 비춰 잘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나가는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다수의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영업력을 강화시키는 게 다가올 금융시장에서 성패를 좌우할 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거창한 IB보다는 "소매로 실익 추구해야"

기업금융이 회사의 성장 단계부터 종자돈 마련과 기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 효율적인 자산운용 등을 담당한다면,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영업은 인생주기에 따라 자산관리를 설계해주는 WM(자산관리)의 능력이 우선된다.

염상섭 우리투자증권 전략기획팀장은 "골드만삭스는 자기자본투자(PI)나 트레이딩, 기업금융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리먼브러더스의 경우 더 극단적으로 기업금융에 치우쳤는데 국내 IB들은 아직 대형 투자은행으로 나가기엔 시장이 너무 작은 상황"이라며 "틈새를 노려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하더라도 국내와 관련된 딜(Deal)에 치우쳐 있어 성과를 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로 대표되는 미국형 IB는 인수·합병(M&A)주선 및 자문, 주식 및 채권인수, 기업공개(IPO) 등 주로 기업금융에 치중돼 있다. 이를 성공시키려면 자기자본의 대형화가 절대적이다.

예컨대, A기업에서 채권을 2000억원어치 발행할 경우 한 금융회사가 일단 일시금으로 돈을 주고 채권을 모두 인수한 뒤 개인투자자에게 소매로 판매하겠다고 제안하면, 이 회사가 발행주관사를 맡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기업이 요즘과 같은 신용경색 국면에선 싼 발행수수료보다 채권 발행 실패에 따른 자금 조달 차질을 더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총액 인수를 하려면 금융회사의 자기자본이 많아야 가능하다. 미국의 대형 IB들이 글로벌 기업금융 시장에서 성공한 이유도 풍부한 경험과 더불어 엄청난 자기자본 덕분이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 기준(2008년9월말) 수위권인 대우증권(2조3439억원)과 우리투자증권(2조3017억원)은 골드만삭스(약 40조원)에 비해 턱없이 적다. 자통법이 금융회사의 덩치를 키우거나 자본금을 늘려주는 대책이 아닌 이상 '한국판 골드만삭스'는 먼 훗날의 얘기인 셈이다.

더구나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과도한 차입을 통해 수익을 내던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등 미국 IB들이 직격탄을 맞아 좌초 위기에 몰리자 국내 금융회사들이 소매영업으로 방향을 틀며 한국형 IB를 모색하고 있다.



거창한 IB보다 자통법을 활용, 시류에 맞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고 이를 잘 포장해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얼마나 잘 판매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세(勢)'보다 '실리(實利)' 쌓기에 주력해야 될 시점이란 지적이다. 염 팀장은 "수익을 얻기 위해선 브로커리지를 포함한 일반 투자자의 원스톱 금융서비스가 바탕이 된 자산관리에 우선 집중한 뒤 기업금융과 PI가 균형을 이루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며 "소매조직을 활용해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복합금융센터를 확대해 자산관리를 강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매영업은 영업맨이 발로 뛰는 비즈니스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PI나 기업금융에 비해 자기자본이 덜 들기 때문에 한국형 IB가 초기에 힘쓸 비즈니스로 적당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급속한 고령화 과정을 겪는 상황에서 자산관리 비즈니스는 수요도 큰 분야다.



◇투자자보호, 자통법의 마침표

자통법 후 금융회사들은 상품의 기획, 개발, 마케팅, 상품판매능력의 싸움으로 압축된다. 박중민 증권업협회 법무지원실장은 "자통법은 얽히고설킨 규제를 완화해 금융회사의 자유로운 경쟁을 위한 판을 깔아준 것"이라며 "금융사들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영역에 진입해 신상품을 만들고 스스로 길을 찾아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자산관리와 소매영업에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투자자 보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투자자 보호는 자통법의 제정정신이기도 하다.



 최근 문제가 된 환헤지상품인 키코(KIKO)나 기타 파생상품펀드 손실도 투자자보호가 소홀했던 탓이다. 소비자에게 상품을 정확히 설명하고 현재 자산상황을 진단해 적절히 판매하는 것도 정밀한 상품설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줬다.

 박중민 실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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