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교육계는⑤]이해찬 세대, 이주호 세대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9.01.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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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다 펄쩍 뛸 말이겠지만, 이해찬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은 많이 닮았다. 적어도 교육부 공무원들이 보기에는 그렇다.

이들은 정권교체 직후 교육 분야 실세로서 정책을 좌지우지했다. 정책통인 이해찬 전 의원은 1997년 대선 승리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분과 간사를 맡았다가 김대중 정부 첫 교육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주호 전 수석도 2007년 대선 승리 후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를 맡았다가 이명박 정부 첫 교육과학문화 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공통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둘 다 비교육계 출신이다. 이해찬 전 의원은 교육부 장관 임명 당시 3선의 관록 있는 정치인이었지만 교육 쪽은 국회 상임위 활동도 해본 적 없는 문외한이었다. 교육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분야인 만큼 차라리 비교육계 출신이 나을 수 있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낙점했다고 한다.



이주호 전 수석 역시 학사, 석사, 박사 모두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자다. KDI에서 고용정책, 직업교육 등을 전문분야로 다루면서 교육과 인연을 맺었고, 17대 비례대표 의원시절에는 교육위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정통 교육학자들이 보기에는 ‘비전문가’일 뿐이다.

비교육계 교육실세여서 그런지 적들이 많은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이해찬 전 의원은 2004년 국무총리에 지명됐을 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보수, 진보 양 단체로부터 반대 논평을 들어야 했다. 교총은 ‘공교육 붕괴의 장본인’이라며, 합법화 선물을 받은 전교조 역시 ‘시장주의 구조조정자’라며 각각 반대 성명을 냈다.

교육에서의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이주호 전 수석도 전교조는 물론 교총으로부터도 공격을 받고 있다. 교총은 정책방향을 비판하기보다 학교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독단적 업무추진 스타일을 주로 문제 삼고 있다. 일각에서는 겉은 파란데 속은 빨간 수박 같은 스타일이라며 사상적인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두 사람 모두 학생, 학부모 등 ‘수요자 중심’의 교육정책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수, 진보 양 진영에서 욕을 많이 먹는 데에는 아마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김영삼 정부 때 완성된 ‘5.31 교육개혁안’을 계승했다고 주장하는 부분도 재미있다.



이주호 전 수석의 ‘잃어버린 10년’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해찬 전 의원은 자신이 추진한 모든 교육정책이 ‘5.31 교육개혁안’에서 나왔다고 강조한다. 막상 개혁안 작성을 주도한 이명현 전 장관은 두 사람 모두에게 ‘낙제점’을 주고 있지만 말이다.

이해찬 전 의원은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유명한 발언으로 ‘이해찬 세대’라는 신조어를 유행시켰다. 아직 ‘이주호 세대’라는 말은 나오고 있지 않지만 2012년 대입 완전자율화가 선언된 만큼 현재 중2, 중3 학생들은 ‘이주호 세대’로 불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교육개혁에 대한 두 사람의 열정과 진정성은 대체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해찬 세대’, ‘이주호 세대’라는 말이 나오는 환경 자체가 옳은 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이 필요할 것 같다.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교육정책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 있기에 변화는 조심스러워야 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이 산이 아닌가보네’ 하고 책임 없이 우르르 다른 산으로 몰려가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교육개혁을 기대하는 것은 정말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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