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환경 나빠도 올 증시 10%이상 오른다"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9.01.0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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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전문가에게 듣는다 <1>] 허필석 마이다스에셋 주식본부장

"투자환경 나빠도 올 증시 10%이상 오른다"


기축년 첫날 매매를 마친 후 기자와 만난 허필석 마이다스에셋 주식운용본부장(사진)은 "올해 증시가 될 것같다"는 펀드매니저로서의 직감(!)을 밝혔다. 예상보다 부진한 거시지표와 개별기업 실적에도 불구하고 올 증시가 상승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피력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게 전개되면서 지난해 참담한 성적을 올렸다. 펀드매니저로서 투자자들에게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변명같지만 미국발 악재가 아니더라도 지난해 펀드성과는 좋지 않았다. 솔직히 지난해초 1890대 지수는 펀드매니저에게는 매우 부담스런 가격대였다. 일부 종목의 주가는 3년후 미래수익까지 선반영한 상태였다.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는 이같은 부담감은 없다. 실물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은 크지만 지난해 주가가 40%하락했기 때문에 반등 가능성도 높다."



허 본부장이 올해 증시를 낙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차원의 경기부양노력이 하반기부터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규모 재정투입과 제로금리 정책 등으로 비록 'L'자 형태이지만 경기가 바닥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한다. 2009년 개장첫날 한국증시와 미국증시가 동반 상승한 것도 이같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특히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이 기업이나 증시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라는 시장참자들의 기대감도 연초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같은 기대감은 거시지표와 기업실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허 본부장은 지난해 국내증시를 억눌렀던 환율과 외국인 순매도는 올해 더 이상 악재로 작용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경상수지 흑자전환 등으로 원화가치가 지난해보다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입장이다. 또한 글로벌 차원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 확산으로 외국인들의 한국주식 순매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순매수 전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허 본부장과의 일문 일답.

삼성전자 등 주요기업 실적 급감

- 지난달 30일 발표된 11월 산업생산은 40년만의 최악이었다. 12월 수출도 17.4 % 감소했다. 이같은 거시지표가 현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는가.
▷ 올 상반기 발표될 거시지표와 기업실적은 시장참가자들을 실망시킬 것이다. 소비 투자 수출 등 어느 하나 좋은 게 없다. 미국 유럽 신흥시장 등이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감소는 당연하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내수부진도 불가피하다.


거시지표 부진속에서 기업실적 악화도 예상된다. 삼성전자조차도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및 올 1분기 영업적자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적자 전망치도 시간이 갈수록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올 상반기 상장기업 실적은 전년동기대비 최대 50%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같은 거시지표와 기업실적은 국내증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비록 실적 기대감이 낮아진 상태지만 시장컨센서스를 밑도는 실적이 나오면 시장은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다. 국내증시는 이같은 악재를 아직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 ‘유동성 랠리’에 대한 기대감만 반영하고 있다.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런 상황이다.



- 그럼에도 올해 증시를 낙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단기적으로 본다면 국내증시를 좋게 볼 이유가 없다. 앞서 언급한 상황이 주가에 반영될 경우 지난해 전저점(892.16)도 장담하기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올 연말까지만 놓고 본다면 그렇게 비관적인 상황만은 아니다. 상반기 조정을 거친 후 하반기 반등에 나설 수 있다.

완만하지만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2010년에는 선진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가 3%대 성장이 가능하다. 이것은 하반기 주식시장이 반등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한다. 또한 국내 기업실적도 올 3,4분기는 플러스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기저효과가 크지만 영업이익이 감소에서 플러스로 돌아설 경우 주식시장에는 대단한 호재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증시를 낙관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올 연말 코스피지수가 연초보다 10%이상 오를 것으로 본다.

구조조정의 '정책위험'에 대비해야



- 건설업과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된다. 시장은 '이왕 하려면 확실해 하라'고 요구하지만 대량 실업 등으로 정책당국자의 고민도 크다. 구조조정이 ’유동성 랠리‘를 촉발할 수 있나.
▷ 시장참가자로서 정부정책에 대해 언급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정부당국과 시장의 이해관계가 달라 구조조정 강도나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난다. 시장은 신속히 부실기업을 정리해서 불확실성을 줄이길 원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정부의 대주단 운영방침에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불만이 반영된 것이 바로 신용스프레드다. 정책당국의 잇단 금리인하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도 신용스프레드는 기대만큼 빠르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장의 기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경우 기대감에 올랐던 주가는 조정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 펀드운용시 가장 의식하고 있는 리스크는 무엇인가.
▷ 단기적으로는 미국 자동차 ‘빅3’의 파산여부다. 구제금융지원에도 자력으로 회생하지 못하고 파산을 신청할 경우 국내외 증시는 크게 요동칠 것이다. 파산신청이 실물경기 회복이 상당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큰 폭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또한 카드론 자동차론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상상품의 추가 부실화도 예상된다. 금융시스템이 또한번 요동친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M&A 등을 통해 급성장한 대기업들의 유동성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물경제와 금융권에 미치는 충격여파가 부동산 PF와는 비할 수 없이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 순매도, 지난해 피크 지났다"

- 외국인들이 지난해 코스피시장에서만 33조원을 순매도했다. 올해도 이같은 순매도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 외국인 순매도는 지난해 이미 피크를 지났다고 본다. 사실 한국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면서 선의의 피해를 입었다. 한국증시가 신흥시장중에서 유동성이 가장 풍부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의 급등이 외국인 순매도의 주원인으로 작용한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이후 통화스와프 체결과 경상수지 흑자 전환 등으로 원화가치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외인들의 순매도 강도는 현저히 약화됐다.

여기다 미국 금융시장도 ‘최악의 국면’은 벗어났기 때문에 일방적인 위험자산 기피현상은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주식에 대한 '묻지마 매도'는 끝났다고 본다.

- 2009년 첫날부터 원/달러 환율이 61.50원(+4.88%) 급등했다. 원화가치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보나.
▷ 지난해 1500원대까지 환율이 오른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수급이 꼬이면서 오버슈팅 된 결과였다. 반대로 지난해말 종가도 인위적인 개입에 따른 부자연스런 가격이다. 개인적으로 올 상반기에는 1300원대에서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올 하반기에는 경상수지 흑자누적으로 1200원대에 연착륙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환율은 올라도 부담, 내려도 고민이다. 특히 오르고 내리는 속도가 너무 가파를 경우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환율의 주식시장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 어려운 장세지만 펀드를 운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선호하는 종목은 무엇인가.
▷ 올 상반기까지는 재무건전성이 양호하고 시장지배력이 높은 종목에 집중할 생각이다. 구조조정과 경기침체가 심화되기 때문에 생존력이 강한 종목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또한 경기둔화에도 실적 증가를 기대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통신 음식료 유틸리티 보험 제약업종의 1등주에서 이같은 잣대를 충족하는 종목을 발굴, 투자할 계획이다.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3분기이후에는 경기민감주의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화학 철강 에너지 운수창고 전기전자 유통 등 경기회복시 큰 폭의 실적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업종의 1등주를 매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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