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계약 일부효력정지 첫 결정(상보)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08.12.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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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디에스LCD 측 가처분신청 받아들여… 관련 소송 이어질 듯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는 키코의 법적 효력에 관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피해 기업들의 무더기 소송 등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이동명 수석부장판사)는 30일 ㈜모나미 (2,455원 0.00%)와 ㈜디에스엘시디 (0원 %)(DS LCD)가 SC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옵션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본안 판결 선고 시까지 신청인 기업들이 체결한 키코 계약 중 해지권 행사(11월3일) 이후에 만기가 도래하는 구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키코 계약이 약관법 등에 어긋나 무효라거나 피신청인 은행의 사기 또는 신청인 기업들의 착오에 의한 것으로 취소돼야 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계약 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신청인 기업들이 예상 밖의 손실을 보게 됐다"며 "특히 은행이 기업에 키코 계약 체결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적합성 점검의무 및 설명의무 등 보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점도 일부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계약 당시 각 회사와 은행이 원/달러 환율이 일정한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변동할 것이라고 전제했는데 환율 급등으로 모나미 등이 엄청난 거래 손실을 봤고 이는 계약 당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으므로 계약 의무를 강요하는 것은 신의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키코 계약에서 환율이 급등하면 모나미 등에 무제한의 손실이 생기고 이는 회사의 거래 목적이나 재무구조, 영업상황, 위험관리 능력 등에 비춰 적합하지 않으므로 은행이 손실을 제한할 수 있는 다른 거래 조건을 모색해 권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이 내포한 위험에 관해서도 일반적·추상적으로 알렸을 뿐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며 환율이 안정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만을 강조하고 상승할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따라 모나미 등이 해지 의사를 담은 신청서를 송달함으로써 계약이 해지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키코 약관이 약관규제법을 위반했거나 불공정한 법률행위라서 무효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계약이 은행 측의 사기나 모나미 등의 착오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모나미 등은 "은행 측은 당초 환보험이라고 속여 키코 계약을 체결했고 거래 목적인 환위험 회피에 적합하지 않은데다 환율 하락 시 은행 책임은 제한적인데 반해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 손실은 무제한적인 불공정 상품"이라며 지난달 초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현재까지 신청인인 모나미와 디에스엘시디는 키코로 인해 각각 20억원, 273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모나미 등은 키코 계약 해지를 요청한 이후 만기가 도래한 계약금 납입은 이행할 필요가 없게 됐다.

특히 이미 거래 손실이 발생한 부분에 관해서도 피신청인 은행의 적합성 점검의무와 설명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피신청인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모나미 관계자는 "손해배상 청구 여부는 향후 논의를 거쳐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 내용을 상세히 살펴 대응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계약 금액의 2~3배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아야 하는 통화옵션상품이다.

최근 환율급등으로 중소기업 100여 개가 키코 상품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계약이 무효라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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