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켠 한국車-노조는 '역주행'?

이진우·박종진 기자 2008.12.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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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비상경영에 노조 반발..업계 "위기극복 넘어 생존 걱정할 때"

"노조의 협조가 없이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현대차 고위 관계자)-"사측의 비상경영 선언, 좌시하지 않겠다"(현대차 노조 소식지)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업계가 감산과 일시 조업중단, 임금 및 복지동결 등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노조측이 잇따라 반발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한꺼번에 위기상황에 내몰린 상황에서 고질적인 노사갈등이 또다시 재연될 경우 위기극복은 커녕 생존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 (250,500원 ▲4,500 +1.83%)지부(현대차 노조)는 23일 소식지에서 “사측은 어제 관리직 임금동결, 전주공장 버스라인 1교대 변경 추진 등을 골자로 ‘비상경영 선언’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이는 현자지부와 4만5000 조합원에 대한 정면 도전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노조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현재의 위기국면은 사측의 일방적 행위로 극복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현대·기아차는 최근 악화된 글로벌 경영환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조업단축과 근무체제 변경, 관리직 임금 동결 등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금속노조 쌍용차 (5,500원 ▼150 -2.65%)지부도 2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발생을 결의했다. 앞서 회사 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이달부터 각종 복지제도를 축소하고 17일부터는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특히 최형탁 쌍용차 사장은 이날 노조측이 사측 제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한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언급, 노조와의 마찰이 외국자본 철수논란으로 이어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을 비롯한 재계는 "노조협조 없이는 위기극복이 요원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회사가 위기를 틈타 구조조정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고통을 조금씩 분담해 위기를 넘기자는 것"이라며 "과거의 대결구도를 그대로 접목시키는 구태를 범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쌍용차측도 “세계 유수 자동차기업들이 모두 어려움에 빠졌는데 노조도 회사의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며 “회사는 고용보장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어 정리해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자동차 산업은 2차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라며 "노사는 경쟁력 강화나 단순 위기극복의 차원을 뛰어넘어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사협력을 전제로 체질을 어떻게 개선하느냐 방법론을 따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위기 뒤에 기회가 오기 때문에 여기서 잘 살아남으면 경쟁자들이 쇠약해진 틈을 타 나중에 파이를 더 많이 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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