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2의 방카쉬랑스' 우려

머니투데이 김성희 기자 2008.12.23 09:09
글자크기
'보험판 하이마트'로 불리는 보험판매플라자 도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곳에서 여러 보험회사의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지만 정작 보험업계는 부정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2 방카쉬랑스'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지난달 초 보험판매전문회사제도 도입이 포함된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달 초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국회 심의만 남겨놓았다.



개정안을 보면 보험판매전문회사는 생명·손해보험사 상품을 동시에 판매할 수 있다. 또 일정 자격요건을 갖추면 펀드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 판매전문회사가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당국은 특히 보험판매전문회사가 보험사에 사업비 인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료가 저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업계는 제도적 안전장치 없이 이 제도가 도입되면 방카쉬랑스를 판매하는 은행처럼 중간 유통채널의 배만 채워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간 유통채널이 수수료 수입 만을 목적으로 할 경우 보험료 인하 등의 과실이 계약자에게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쉬랑스제도가 도입된 후 방카쉬랑스는 무서운 속도로 보험업계를 잠식했다. 현재 방카쉬랑스 비중은 생보업계의 경우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48%를 넘어섰다. 은행에 주는 수수료만도 연간 7000억원(2007년 기준)이 넘는다.

따라서 보험판매플라자가 도입될 경우 방카쉬랑스처럼 이 채널을 통한 판매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설계사 등 정통 판매채널은 설 곳이 더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보험사끼리 과당경쟁이 벌어질 경우 자사 상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수수료를 타사보다 높게 제시하는 등 영업질서 문란이 예상된다.

제도를 도입하는 일은 어쩌면 쉬울 수 있다. 그러나 그후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 그 제도를 뜯어고치는데 걸리는 시간과 에너지를 비용으로 산출한다면 국가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또 그로 인해 보험산업이 어려워질 경우 보험료가 인상되는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당국은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고심할 필요가 있다. 보험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비단 보험사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