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켠 한국車 "정부 선제지원 나서야"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8.12.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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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비상경영' 선포..'자구노력+노조협조' 필수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에 휘말려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쌍용차가 복지 축소에 이어 이달 급여까지 내주지 못할 처지에 놓였고, 현대·기아차도 관리직 임금동결 등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국내 주요 공장은 이미 조업단축으로 근무시간이 크게 줄었고, GM대우는 이날부터 아예 모든 공장에서 기계소리가 멈췄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자동차 강국들이 잇따라 자국 자동차 산업 살리기에 나선 만큼 한국 정부도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좀더 직접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 "비상경영으로 위기극복"= 현대·기아차가 이날 비상경영을 공식 선언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이날 조치는 대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자인하고,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의 위기의식을 높여 결속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특히 관리직 임금동결 등을 통해 스스로 자구노력을 취함으로써 노조의 협조를 원활하게 이끌어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 (104,800원 ▲1,300 +1.26%)는 미국 빅3의 파산 가능성 제기 등에도 불구하고 중소형차의 경쟁력 우위 등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선방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부진으로 그동안 해외재고가 3.9개월(106만대) 물량에 달하는 등 상황이 어려워지자 비상경영에 대비한 준비를 진행해 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사실상 내년 1분기를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대응해 위기극복 노력을 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돼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동시에 휘말려 있다는 점에서 노조를 비롯한 위기당사자들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12월 급여도 못줄 판"=현대·기아차 뿐만이 아니다. 쌍용차 (5,610원 ▼40 -0.71%)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가정 통신문을 통해 12월 급여를 지급하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쌍용차는 각종 복지혜택 중단과 함께 지난 17일부터 본사와 공장 등이 일시휴업에 들어가는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GM대우도 이날부터 부평과 창원, 군산 등 국내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GM대우는 일단 가동중단 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5일 조업을 재개할 방침이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중단이 더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도 24일부터 연말까지 부산공장의 생산라인을 멈춘다. 완성차 업체들의 잇단 감산 여파로 협력업체들은 하루를 넘기기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올해 전체 내수시장은 115만대로 지난해보다 5.7% 줄어들 전망이며, 내년에는 105만대로 8.7% 감소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수출역시 크게 감소하는 등 안팎에서의 어려움이 가중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과감한 선제 지원 나서야"= 국내 자동차 업계는 최근 미국의 빅3 지원을 계기로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이 연이어 자동차 산업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상황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과감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부품업체 유동성 지원 및 개별소비세 인하, 할부금융시장 완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다 직접적인 지원책 마련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는 어느 한 업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글로벌 시장 전체의 문제'"라며 "자동차는 다른 어느 산업보다도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만큼 필요할 경우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조차 사실상 '보호무역' 카드를 슬그머니 꺼내들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정부가 지원에 나설 수 있는 기회"라며 "현재의 위기는 전세계 모든 메이커들이 공통으로 직면해 있는 문제인 만큼 국내 업체들도 위기를 감추기 보다는 어려운 상황을 솔직히 털어 놓고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직간접적인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려면 업체 스스로의 자구노력과 함께 노조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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