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복지 축소에 이어 이달 급여까지 내주지 못할 처지에 놓였고, 현대·기아차도 관리직 임금동결 등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국내 주요 공장은 이미 조업단축으로 근무시간이 크게 줄었고, GM대우는 이날부터 아예 모든 공장에서 기계소리가 멈췄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자동차 강국들이 잇따라 자국 자동차 산업 살리기에 나선 만큼 한국 정부도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좀더 직접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 (104,800원 ▲1,300 +1.26%)는 미국 빅3의 파산 가능성 제기 등에도 불구하고 중소형차의 경쟁력 우위 등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선방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부진으로 그동안 해외재고가 3.9개월(106만대) 물량에 달하는 등 상황이 어려워지자 비상경영에 대비한 준비를 진행해 왔다.
◇쌍용차 "12월 급여도 못줄 판"=현대·기아차 뿐만이 아니다. 쌍용차 (5,610원 ▼40 -0.71%)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가정 통신문을 통해 12월 급여를 지급하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쌍용차는 각종 복지혜택 중단과 함께 지난 17일부터 본사와 공장 등이 일시휴업에 들어가는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GM대우도 이날부터 부평과 창원, 군산 등 국내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GM대우는 일단 가동중단 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5일 조업을 재개할 방침이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중단이 더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도 24일부터 연말까지 부산공장의 생산라인을 멈춘다. 완성차 업체들의 잇단 감산 여파로 협력업체들은 하루를 넘기기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올해 전체 내수시장은 115만대로 지난해보다 5.7% 줄어들 전망이며, 내년에는 105만대로 8.7% 감소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수출역시 크게 감소하는 등 안팎에서의 어려움이 가중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과감한 선제 지원 나서야"= 국내 자동차 업계는 최근 미국의 빅3 지원을 계기로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이 연이어 자동차 산업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상황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과감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부품업체 유동성 지원 및 개별소비세 인하, 할부금융시장 완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다 직접적인 지원책 마련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는 어느 한 업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글로벌 시장 전체의 문제'"라며 "자동차는 다른 어느 산업보다도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만큼 필요할 경우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조차 사실상 '보호무역' 카드를 슬그머니 꺼내들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정부가 지원에 나설 수 있는 기회"라며 "현재의 위기는 전세계 모든 메이커들이 공통으로 직면해 있는 문제인 만큼 국내 업체들도 위기를 감추기 보다는 어려운 상황을 솔직히 털어 놓고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직간접적인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려면 업체 스스로의 자구노력과 함께 노조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