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 '사상 최악'…'엔고 위기' 현실로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8.12.2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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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글로벌 침체와 겹친 '엔고 저주'의 먹구름에 뒤덮였다. 11월 수출액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폭으로 급감하면서 위기감은 현실화 되고 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수요가 급감했고 기업파산과 감원이 확대될 거란 우려가 더 깊어지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22일 11월 수출액이 5조3000억엔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80년 관련 통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폭이다. 또한 블룸버그가 집계한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치(22.3%)보다 감소폭이 컸다.



대미 수출이 사상 최대폭인 34% 급감했고 중국으로의 수출도 13년래 가장 심각한 침체로 접어들었다. 유럽으로의 수출은 31% 줄어들어 사상 두번째 낙폭을 기록했고 아시아 국가에 대한 수출도 22년래 최악인 27% 감소폭을 나타냈다.

수출이 급감한 주원인은 엔화 가치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기 때문이다. 토요타와 혼다자동차, 소니 등 수출기업들은 수천명을 감원하고 생산라인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지만 '엔고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11월 자동차 수출은 전월 대비 32% 줄어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고 반도체 수출도 29% 급감했다.



다이이치생명연구소의 요시키 신스케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수출 감소는 가장 최후, 최악의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투자와 생산, 고용인력을 줄이면서 경기침체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아시아로의 수출도 감소했음을 지적하고 "급감하는 수요를 보완해줄 만한 시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엔/달러 환율은 90엔대가 붕괴되는 등 13년래 최저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제로 금리를 선언하고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달러화 가치는 하락하고 반대로 대안통화인 엔화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GM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기업으로 부상한 토요타는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가 1엔 상승할때마다 약 400억엔의 손실을 입으며 혼다는 180억원의 영업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엔고의 여파로 일본은 11월에 수입도 14개월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엔화가치 상승과 유가 하락 등 수입액이 전년 동월 대비 14.4% 줄었지만 무역적자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11월 일본의 무역적자는 2234억엔을 기록했다.

이렇듯 엔고의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지난주 나카가와 쇼이치 재무상은 엔화 약세를 위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2004년 이후 외환시장에 불개입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혼다의 후쿠이 타케오 회장이 공장 해외이전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뉴엣지그룹의 커비 덜레이 투자전략가는 "일본 경제는 수출, 특히 미국에 대한 수출에 의존해왔다"면서 "해외시장의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대비책을 갖고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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