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로금리, 이머징 마켓 랠리 부른다

샤프슈터(박문환)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2008.12.2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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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읽기]<16>예스머신(Yes machine)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3)

편집자주 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환(43) 팀장의 필명입니다. 주식시장의 맥을 정확히 짚고, 가급적 손해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성과에 따라 붙여진 필명이지요. 한국경제TV(와우TV)에서 10여년 동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투자정보를 제공했던 샤프슈터 박문환 팀장이 매주 월요일 개장전에 머니투데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미국의 제로금리, 이머징 마켓 랠리 부른다


OPEC의 감산, 과연 그게 쉬울까?

배럴 당 140달러를 넘을 때에는 산유국들로 돈들이 꾸역 꾸역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배럴당 40달러도 채 되지 않는다면 그 동안 쓰던 씀씀이를 아무리 줄인다고 해도 오히려 증산을 해서 석유를 더 팔아야 할 판이다.

이란도 지난주에는 구제 금융을 발표했을 정도로 달러화가 없어 난리를 치고 있는데 퍼 올리기만 하면 들어오는 외화를 과연 외면할 수 있을까?



천만에 말씀이다.

아무리 훈련된 개라고 하지만 2~3일 굶기고 옆에 소갈비를 놓아두면 낼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미국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예스 머신을 가동시키면 최악의 경우 암시장을 통해서 석유를 팔아도 외환이 들어온다. 돈이 남아나는 시기에도 잘 지켜지지 않았던 감산의 약속이 과연 궁핍한 생활 속에서 지켜질지의 여부는 아마도 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OPEC의 “감산과 증산”은 지금까지 늘 립 서비스에 지나지 않았었다. 필자의 여동생이 사할린에 살고 있다. 물론 직장 때문이다.

“쉘” 사는 그곳에서 무려 10억 달러 프로젝트로 기름을 퍼 올리기 위한 작업을 해 왔는데 공교롭게도 유가가 최고치를 찍는 시점, 즉 부시의 전격적인 석유외교가 시작된 시점에서 사업을 개시했다. 10억 달러나 들인 설비가 이제 내년 3월부터는 정상적으로 가동된다.


그럼 이런 신규 설비들이 과연 감산 합의에 의해 본격적인 생산을 미루게 될까?

10억 달러를 과연 현금만으로 조달 했을리는 없고 일정한 자본비용이 들어갈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만들어 놓은 설비를 쉬게 할까?



유가가 쉽게 떨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또 한 가지의 이유가 있다. 선물거래 때문이다. 선물이라는 것은 미래의 현물을 특정한 가격에 인도하기로 약정하는 거래다.(엄밀히 말하면 선도거래) 선물거래는 차액결제가 있고 현물인도의 형태가 있다.

곡물이나 석유 등 실물자산에 대한 선물은 대부분 현물인도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즉, 선물의 만기에 현물을 인도해야만 하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 하면 밀 선물에 대해 롱포지션을 취하면 만기에 밀을 약속된 현금을 주고 사와야만 한다. 반대로 밀 선물에 대해 숏포지션을 취하면 만기에 미리 약속된 가격으로 인도해야만 한다. 그런 것은 석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제가 좀 생겼다. 앞서 이미 이야기 했듯이 부시가 석유 외교에 나서고 나서 세계는 설비 과잉시대에 들어와 버렸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텍사스의 재벌로서 잔뼈가 굵은 부시가 유가가 그렇게 올라도 멀쩡하게 있다가 140달러를 넘어서는 순간에 증산을 요구하고 설비의 증설을 요구했다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세상이 알고 있는 것처럼 정말 유가를 하락시키고 싶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또 있었을 수도 있다.

당연히 제로금리 전략을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석유 가격의 급락이 필요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물론 추측이며 증명할 길은 없다.)



생각해보라. 부시는 유가가 140달러를 넘어서는 과정에서도 전략비축유의 방출을 요구하는 시장의 목소리를 번번이 묵살해버렸었다. 당시에 유가를 떨어 뜨리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많은 석유 메이저들과 산유국들에게 공급이 부족하다면서 설비투자를 늘리게 했다.

부시의 생각이 어디에 있었던지 아무튼 시장은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많은 시기가 한동안 더 진행이 되었었고 그 때 남아돌았던 석유는 세계 석유 메이저들의 저장시설을 속속들이 다 채워버렸었다.

심지어는 유가가 내려오면서 이제 더 이상 채울 저장 시설이 없어 그들은 폐 유조선까지 임대를 해서 석유를 채워 두었다.(마치 1800,1600,1400을 깨면서 주식을 더 산 개인투자자들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그런 상황에서 지난 19일 선물 계약만기가 돌아왔다. 앞서 거론 했듯이 유가 선물은 현물결제다. 즉 유가 선물의 만기에는 현물로 인도를 해가야만 한다.

하지만 현물을 인도해서 더 이상 넣을 곳이 없다. 세계는 이미 유가 고점 때부터 쟁여둔 석유로 인해 모든 저장시설이 꽉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기일에 현물로 받을 수 없었고 할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만기일 직전에 급히 청산해야 하는 물량으로 인해 유가가 지난 17일부터 하루에 대략 10%가까운 급락이 진행 되었던 것이다.



즉, 이제 받을 곳이 없어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석유가 시장에 넘쳐나는 것이다.

그 증거로서 지난 주말 만기일이었던 WTI 1월 물의 가격은 롱포지션의 과도한 청산이 몰리면서 33달러까지 하락했지만 WTI 2월 물의 가격은 배럴당 9달러나 더 높은 42달러 대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즉 수급에 의해 폭락한 것이지 이게 정상적인 가치라고 볼 수는 없다. 아마도 시장에 저유시설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면 현물과 2월물 선물 사이에 9달러라고 하는 극심한 차이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석유 가격은 만기일이 지났기 때문에 오늘부터는 반등을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획기적인 석유사용량이 증가하지 않는 이상 추가적인 저장시설의 확충이 없다면 또다시 2월 만기에 다가오면서 급락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바로 버냉키였다. 향후 버냉키는 상당한 기간 동안 증산된 석유로 인해 석유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중앙아시를 비롯한 수많은 예스 머신들이 막대한 금융비용 때문에라도 함부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분간 유가는 상승하기 어렵고 당연히 그로 인해 물가는 제어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서 얼마든지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리를 해보자. 지난 주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일제히 금리를 낮추느라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그들이 금리를 낮춘 이유는 버냉키의 제로 금리가 원인이었다.

즉 이미 투입된 막강한 유동성이 같은 선진국 안에서 보다 높은 금리를 찾아 이동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금융에 관한한 후진국들은 대개 움직임이 더디다. 상당한 금리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상 현재의 위기 상황이 다소 희석될 움직임을 보인다면 미국에 투입된 유동성은 엄청난 속도로 이머징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생각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지난 주 미국 최고의 그루 중에 한 분인 모비우스(템플턴 에셋 매니저먼트의 수석 매니저)는 2009년에는 주로 이머징이 강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달인(達人)의 예측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미 양적 팽창정책의 선언으로 인해 달러화의 기조적 약세는 용인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지금 당장은 시장에 위험이 산재되어 있어 이들 안전자산에 숨어 있는 거대 자금들이 기회만 엿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진다는데 그곳에 남아 있을 자금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결국 이머징으로 튀어 나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서서히 생겨나게 되면서 이런 흐름에 의해 최근의 이머징 시장의 외인수급을 좋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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