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영에 목숨 거는 일본 기업 왜?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8.12.2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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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강국코리아-일본산업편]<1> 파나소닉·샤프전자 탐방기

↑ 일본 미에현에 위치한 샤프전자 가메야마 공장 전경 ⓒ샤프전자↑ 일본 미에현에 위치한 샤프전자 가메야마 공장 전경 ⓒ샤프전자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반드시 친환경제품을 사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막연히 `이왕이면 친환경제품이 좋긴 하겠지'라고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친환경제품이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달라지지 않을까. 예를 들면 '우리 회사의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면 연간 전기료가 23만엔(334만원) 절약되고 냉장고는 기존 냉장고에 비해 연간 104㎏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실제로 일본에는 이런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친환경 가전제품이 소비자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한다. 또 올해 말까지 소비자가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등 6개 품목 중 하나를 구입할 때마다 전 세계 학교에 나무를 한 그루씩 심겠다는 환경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최근 산요전기를 인수해 일본 최대이자 세계 2위의 가전회사로 급부상한 파나소닉 얘기다.



한국의 기업과 학계, 정부기관 관계자 30여명이 지난달말 파나소닉을 찾았다. 환경재단과 일본 비정부기구(NGO) 피스보트가 공동주최한 `2008 피스 앤드 그린보트' 행사 프로그램 중 '기후변화 선상 리더십 과정' 프로그램의 하나였다.

이들은 `피스 앤드 그린보트'에 탑승하기 전 이틀간 파나소닉과 샤프전자 등 친환경 경영실적이 우수한 일본 회사들을 탐방했다. `제조업 에너지 효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전 세계 태양전지 시장점유율 1위 국가' 등 녹색경영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일본 기업의 실상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이들 일본 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구매하면 `녹색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하는 동시에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파나소닉 "2009년까지 에너지 저효율제품 퇴출"= 파나소닉은 전세계 297개 공장에서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가정용 연료전지 등 가정용 제품에서부터 자동차용 모터, 태양전지 등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전기·전자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도쿄와 오사카에 있는 2개의 '파나소닉 센터'를 통해 올해 신제품이 자사의 기존 제품에 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절감해주며 환경보전에도 기여하는지 홍보한다.



이를테면 올해 신상품인 '나선형 형광램프'는 기존의 파나소닉 전구에 비해 80% 절전효과가 있으면서 수명도 10배 이상 길다. 경사형 드럼세탁기는 3년 전 유사모델에 비해 소모전력이 70%나 줄었고 1회 사용시 물 소비량도 89리터나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 일본 파나소닉은 현재 자사 제품의 10%를 차지하는 '에너지 저효율 등급' 제품을 내년까지 전부 퇴출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파나소닉↑ 일본 파나소닉은 현재 자사 제품의 10%를 차지하는 '에너지 저효율 등급' 제품을 내년까지 전부 퇴출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파나소닉
단열재 유-바큐어(U-VACUA)는 두꺼운 경질우레탄이나 유리섬유에 비해 약 20배 정도 단열효과가 뛰어나면서도 두께는 1㎝가 채 되지 않아 냉장고 소비전력을 기존 제품에 비해 40% 줄여줄 뿐더러 수납공간을 훨씬 넓히는 효과도 가져온다.



파나소닉은 이 같은 제품들을 앞세워 자사 제품 중 `에너지 효율 1등급' `에너지 고효율 등급' 제품의 비중을 현재의 17%와 37%에서 내년 중 30%와 40%로 높일 계획이다. 반면 현재 파나소닉 전체 제품의 10%를 차지하는 `에너지 저효율 등급' 제품은 내년 중 전부 퇴출시킬 방침이다.

구루미자와 토시미츠 파나소닉 환경본부 참사는 "2010년 예상 매출은 10조엔(145조원)으로 2008년 9조엔(131조원)에 비해 11% 늘어날 전망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360만톤으로 26만톤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소재 등 친환경 제품 개발에 따른 비용 상승 문제에 대해선 "일정 정도 비용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비용 절감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을 위한 에너지 절약이 곧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생산현장에서 에너지 효율 제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파나소닉의 온실가스 감축량은 단순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 파나소닉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량 뿐만 아니라 폐기물 배출과 화학물질 사용 등 공장과 관련한 사항을 외부 회계기관인 아즈나 지속가능(Sustainability) KPMG로부터 검증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프전자 "공장 소비전력 1/3, 청정에너지로 충당"= 일본 미에현 가메야마시에 있는 일본 샤프전자 가메야마 공장, 이 곳은 연간 32인치 텔레비전용 액정판을 2000만장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샤프전자의 주력공장이기도 한 이 가메야마 공장은 `수퍼그린(Super Green) 공장'으로 불린다. 최고도 기술력을 도입해 친환경설비를 갖춘 공장이라는 뜻으로 샤프전자가 자사 사본장에 붙이는 환경등급 중 최고 등급을 이르는 용어다.



48만6700㎡(14만7000평) 면적의 가메야마 공장에 다가가보니 건물 창문에 반투명 막이 씌워져 있다. 투과박막형 태양광 전지가 창문 유리 안에 삽입된 것. 창문 뿐 아니라 건물 내 차광용 블라인드도 태양전지로 덮혀 있다. 지붕에 실리콘 결정형 태양전지가 깔려 있다.

이 공장은 이같은 설비를 통해 5120kW라는 세계 최대급 태양광 발전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 최대급 발전용량(1000kW) 연료전지 발전소와 일본 최대급(2만6400kW) 열병합 발전시설을 통해 공장 내 소비 전력의 3분의 1을 청정에너지로 충당한다.

이뿐 아니다. 공장시설과 화장실, 식당 등 부대시설에서 매일 배출되는 폐수는 그냥 외부로 보내지는 일이 없다. 무기·유기 약품처리를 통해 물을 재활용하고 폐수 속 찌꺼기는 다시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등 폐수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있다.



샤프전자는 일본 내 10곳의 사업장 전부가 가메야마 공장과 같은 수퍼그린급이다. 샤프전자는 2010년 3월 가동을 목표로 720억엔(1조460억원)을 들여 건설 중인 오사카 사카이 공장도 수퍼그린급으로 건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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