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내년 6~7월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 가입을 계기로 SRI 규모를 주식 투자 전체로 늘릴 계획이고, 사학연금도 SRI 확대를 위해 자체적으로 SRI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연기금이자 SRI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PRI에 가입하면 재무구조 뿐만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기업의 정보 공개 수준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미 국민연금은 9개 운용사에 SRI 투자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사회적책임(CSR)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에 선별 투자하고, 투자의사 결정시 ESG 요소를 최대한 고려하며 운용사는 관련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스크리닝기법을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는 것. 펀드의 순자산총액(NAV)의 70% 이상은 지속가능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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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미 국민연금은 운용사들이 종목을 변경할 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상반기 정기 실사, 하반기 펀드매니저 인터뷰를 실시하는 등 강도 높은 운용지침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해당 펀드에 대한 강제사항이지 운용사의 전체 펀드에 적용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국내 운용사 중에는 SRI 전문 애널리스트나 SRI 운용을 위한 자체적인 ESG 체크리스트를 갖춘 곳이 드물다"며 "국민연금의 PRI 가입 선언은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금액 전체가 SRI 방식으로 운용된다는 뜻이기 때문에 운용사들도 이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운용사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지속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경영전략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속가능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업은 90여개에 불과하다.
PRI가 투자 권장 사항일 뿐 법적 규제가 없다는 점은 SRI 확대에 걸림돌이다. 이와 관련, 현재 서갑원 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비롯해서 투자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성과를 기금 투자원칙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고려 정도와 고려 요소를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 공개와 관련해 막대한 비용을 우려하는 기업들이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SRI 확대를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국민연금은 기업과 종사자가 함께 낸 돈으로 조성되기 때문이다.
SRI 선두주자인 노르웨이정부연기금의 경우, 주로 북해의 석유 채굴을 통해 조성된 자금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SRI 확대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RI 자문사인 에코프론티어의 임대웅 상무는 "국민연금이 SRI를 순차적으로 늘리겠다는 건 기업을 순화시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나아갈 동반자로 여긴다는 뜻"이라며 "국민연금이 최대 핵심 주주로서 기업의 지속가능 역량을 강화하면 SRI 저변도 확대될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