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ETF '변종 비차익거래'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8.12.1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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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외국인 ETF통한 매수차익 급증… 대표업종 상승세 견인

증권사, 1조3200억원 순매수', '비차익 프로그램 1조2225억원. 이달초부터 전날(18일)까지 코스피 상승에 큰 힘을 보탠 2개의 통계치다.

우선 증권사의 순매수 규모가 눈에 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순매수한 5994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더구나 개인(-1조6026억원), 은행(-3945억원), 투신(-595억원)과 비교하면 이 기간 나홀로 주식을 사들인 셈이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활발히 주식을 매수해 시장을 견인한 힘은 무엇일까. 증권사가 자기돈(고유계정)을 들여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했다는 쪽으로 추정된다.

좀 더 살펴보겠지만, 결론적으로 증권사들이 최근 차익거래를 시도하기 유리한 상황을 맞자 고유계정에서 차익거래를 했고, 통계상 모순되지만 비차익거래의 상당 부분도 증권사의 차익거래가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선물 차익거래 구조

차익거래란 주식 선물(코스피200 지수)과 주식 현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매매를 말한다.

이론적으로 내년 3월물 선물은 금리비용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현물보다 적정 수준(이론가) 이상 비싼 상태를 유지한다. 그런데 시장 상황에 따라 베이시스(선물과 현물의 가격차이) 움직임이 등락을 거듭한다.


선물이 고평가 된 정상적인 상태를 '콘탱고'라 하고 선물이 저평가 된 것을 '백워데이션'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콘탱고, 즉 베이시스가 '+'일때는 선물가격이 비싸진 상태이므로 상대적으로 고평가 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 된 현물을 매수하는 '매수차익거래'가 증가한다. 이런 프로그램 매매(기관투자자들이 한번에 대량으로 주식을 매매하는)가 활발할수록 현물 매수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코스피가 상승한다.



반대로 베이시스가 어느 순간 매수차익을 시도했던 포인트보다 낮아지거나 백워데이션까지 떨어질 경우 가격이 비싸진 현물을 팔고 상대적으로 싸진 선물을 매수(매도차익거래)하는 반대매매를 하면 그 만큼 가격 차익을 얻는 구조다. 리스크가 거의 없어 무위험 차익거래로 부른다.

물론 백워데이션이더라도 베이시스 '-'폭이 줄어들 경우 매수차익이 증가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쌀때 사고 비쌀때 파는 투자의 원리로 이해하면 된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매수차익거래를 늘린 원인으로 이달 들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00%포인트 전격 인하해 사상 최저치인 3.00%까지 끌어내린 점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차익거래는 금리 비용을 감안하고 수익을 얻어야 하는데, 요즘처럼 금리가 떨어진 상황에선 그 만큼 차익거래를 시도하기도 편한 상황"이라며 "배당시즌을 앞뒀기 때문에 현물을 매수할 경우 배당수익도 노릴 수 있어 매수차익에 나설 베이시스 범위가 전보다 상당히 넓어졌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차익거래는 주로 외국인들이나 투신사의 차익거래펀드에서 활발했으나 최근 들어 증권사들이 가세하는 상황이다.



비차익거래 순매수 중 상당부분 ETF 차익거래용 추정

비차익거래는 차익거래가 아닌 프로그램 매매를 뜻하기 때문에, 주로 자산운용사의펀드 운용과 관련됐거나 기관투자자들의 주식 현물을 매매 물량으로 본다.

이달 들어 비차익거래는 지난 3일(-1496억원) 단 하루를 빼고 연일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자산운용사의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순유입됐다는 얘기인데, 펀드 자금 흐름을 보면 그렇지 않다.

주식형펀드 수탁액(17일 기준)은 이달 들어 44억원 순감소했고 하루평균 3억원이 빠져나갔다. 나머지 변수인 기관투자자의 매수가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고 연기금에서 이 기간 1316억원 순매수한 걸 제외하면 매수세도 없었다.

결론은 증권사에서 차익거래시 현물 매수 대신 선물(코스피200지수)의 움직임과 비슷한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했다는 것. 'ETF매수+선물매도'하고 'ETF매도+선물매수'해도 차익거래가 가능하다. 동시에 주식 현물 매도시 거래세(매도금액의 0.3%)를 안 내기 때문에 절세 효과도 크다.(외국인 ETF 차익거래 '절묘한 기법' 참조)



당초 주식 현·선물을 매매한 게 아니라 펀드를 매수했기 때문에 비차익으로 잡힌다는 얘기다. 이런 변종 ETF 차익거래는 외국인들이 올 상반기부터 주도해 왔다.

ETF는 코스피 200종목으로 꾸린 지수를 좇아가야 하기 때문에 시가총액 상위종목으로 바스켓이 구성돼 있어 ETF 매수차익거래가 늘면서 대표업종인 전기전자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최근 감독당국이 매도차익거래를 자제하라는 창구지도가 있어 차익거래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다"며 "금리 인하 후 증시 흐름이 양호해지면서 재차 차익거래가 활발해지는데다 ETF 변종 차익거래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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