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레어' 개발을 시작한 것은 바이오벤처인 테녹스지만 지금 이 신약에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은 제넨텍과 노바티스다.
유럽과 아시아 등 자신의 힘이 미치기 어려운 지역은 대행사나 다국적 제약사를 통해 파는 편이 효율적이란 판단에서다.
전임상 단계의 성공확률은 1% 미만이다. 성공확률은 임상 1상(17%), 2상(24%), 3상(55%) 등으로 높아져 신약 허가 단계에서는 80%가 된다. 허가를 받아도 여전히 20%의 실패확률이 남는 셈이다.
따라서 실패 위험을 분산하고 연구개발(R&D)에 들어가는 힘을 줄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신약개발 단계별 협동한다. 신약개발 과정은 크게 △후보물질 선정 및 개발 △동물모델 선택 및 전임상 △임상 1~3상 △마케팅 및 판매로 나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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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환자에 대한 임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회사는 대량생산 방법도 함께 고민한다. 실험실 수준의 소량 생산으로는 임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전략도 세워야 한다. 의약품 무대는 세계시장이기 때문에 각 국가에 따라 인허가 제도가 다르고 판매 전략도 다르다.
이 때문에 대학 등에서 내놓은 아이디어를 받아 연구소나 작은 바이오벤처가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면 임상 1~2상부터 큰 기업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항체치료제는 특히 생산을 위한 세포주 구축에서 대용량 생산 공정 개발에 이르는 과정이 매우 어려워 전문 인력과 인프라가 성공의 열쇠가 된다. 무엇보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설비가 필수다.
에리스로포이에틴(EPO) 등 치료용 단백질은 연간 소요량이 10kg 미만인 반면 항체치료제는 연간 500~1000kg을 생산해야 한다. 환자에 투여되는 양이 치료용 단백질 보다 100~1000배 많기 때문이다.
2013~2014년 오리지널 항체치료제의 특허만료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제네릭) 개발 붐이 예상되면서 대규모 생산설비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생산을 원하는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설비는 한정돼 있어서다.
최근 머크와 일라이릴리가 '특허만료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착수한 게 시밀러의 인기를 방증한다. 머크는 지난 10월 다국적 제약사 중 처음으로 바이오시밀러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일라이릴리는 최근 바이오벤처 임클론을 인수하며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이 열기에 동참하기에 국내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당장 국내에서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이러다가는 값싼 인건비와 복제약 개발 경험으로 무장한 인도 등에 선수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현재 국내 제약사 가운데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의 생산설비에 주는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cGMP) 인증을 받은 곳은 거의 없다. 셀트리온 (201,500원 0.00%)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에 '오렌시아'를 공급하며 cGMP 인증을 받은 것과 LG생명과학 (67,500원 ▲500 +0.8%)이 '유트로핀' 생산을 위해 받은 게 전부다. 이외에 유한양행 (145,400원 ▲19,900 +15.86%) 등이 완제의약품이 아닌 원료의약품에 대해 cGMP 인증을 받았다.
국내 중소기업에서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기 위해 정부가 세운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도 아직 cGMP와 같은 해외 인증을 받지는 못했다. 현재까지 이곳에서 생산된 '수출용' 완제의약품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