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치료제 개발, 상호협력이 관건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8.12.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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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항체신약이다]<8>혼자선 못하는 신약개발

바이오의약품 중에서는 첫 번째 천식 치료제인 '졸레어'. 지난 2003년 미국서 승인받은 것을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매출은 6억9400만 달러로 전년(5억2700만 달러)보다 31.6% 증가했다.

'졸레어' 개발을 시작한 것은 바이오벤처인 테녹스지만 지금 이 신약에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은 제넨텍과 노바티스다.



테녹스에서 이 신약을 기술도입(라이선싱인)해 개발을 마무리한 제넨텍은 나중에 테녹스도 인수했다. 제품 생산은 자사 공장에서 담당하지만, 판매는 노바티스와 나눴다. 제넨텍은 미국시장만 담당한다. 해외시장은 노바티스에 준 대신 로열티를 받는다.

유럽과 아시아 등 자신의 힘이 미치기 어려운 지역은 대행사나 다국적 제약사를 통해 파는 편이 효율적이란 판단에서다.



바이오산업의 특징은 이처럼 한 기업이 신약개발에서 판매까지 전 과정을 다 담당하지 않는데 있다. 하나의 신약이 나오는데 10~15년, 5000억원부터 1조5000억원까지 자금이 필요하다.

전임상 단계의 성공확률은 1% 미만이다. 성공확률은 임상 1상(17%), 2상(24%), 3상(55%) 등으로 높아져 신약 허가 단계에서는 80%가 된다. 허가를 받아도 여전히 20%의 실패확률이 남는 셈이다.

따라서 실패 위험을 분산하고 연구개발(R&D)에 들어가는 힘을 줄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신약개발 단계별 협동한다. 신약개발 과정은 크게 △후보물질 선정 및 개발 △동물모델 선택 및 전임상 △임상 1~3상 △마케팅 및 판매로 나눠진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환자에 대한 임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회사는 대량생산 방법도 함께 고민한다. 실험실 수준의 소량 생산으로는 임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전략도 세워야 한다. 의약품 무대는 세계시장이기 때문에 각 국가에 따라 인허가 제도가 다르고 판매 전략도 다르다.

이 때문에 대학 등에서 내놓은 아이디어를 받아 연구소나 작은 바이오벤처가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면 임상 1~2상부터 큰 기업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항체치료제는 특히 생산을 위한 세포주 구축에서 대용량 생산 공정 개발에 이르는 과정이 매우 어려워 전문 인력과 인프라가 성공의 열쇠가 된다. 무엇보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설비가 필수다.



에리스로포이에틴(EPO) 등 치료용 단백질은 연간 소요량이 10kg 미만인 반면 항체치료제는 연간 500~1000kg을 생산해야 한다. 환자에 투여되는 양이 치료용 단백질 보다 100~1000배 많기 때문이다.

2013~2014년 오리지널 항체치료제의 특허만료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제네릭) 개발 붐이 예상되면서 대규모 생산설비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생산을 원하는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설비는 한정돼 있어서다.

최근 머크와 일라이릴리가 '특허만료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착수한 게 시밀러의 인기를 방증한다. 머크는 지난 10월 다국적 제약사 중 처음으로 바이오시밀러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일라이릴리는 최근 바이오벤처 임클론을 인수하며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이 열기에 동참하기에 국내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당장 국내에서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이러다가는 값싼 인건비와 복제약 개발 경험으로 무장한 인도 등에 선수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현재 국내 제약사 가운데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의 생산설비에 주는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cGMP) 인증을 받은 곳은 거의 없다. 셀트리온 (201,500원 0.00%)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에 '오렌시아'를 공급하며 cGMP 인증을 받은 것과 LG생명과학 (67,500원 ▲500 +0.8%)이 '유트로핀' 생산을 위해 받은 게 전부다. 이외에 유한양행 (145,400원 ▲19,900 +15.86%) 등이 완제의약품이 아닌 원료의약품에 대해 cGMP 인증을 받았다.

국내 중소기업에서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기 위해 정부가 세운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도 아직 cGMP와 같은 해외 인증을 받지는 못했다. 현재까지 이곳에서 생산된 '수출용' 완제의약품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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