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화학신약, 항체신약 대안 떠올라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8.11.2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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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항체신약이다<3>]위기에 닥친 다국적 제약사

지난 2006년 12월4일 화이자의 주가폭락은 앞으로 닥칠 다국적 제약사들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좋은 예다.

화이자는 그동안 '리피토', '비아그라' 등 블록버스터를 잇달아 내놓으며 명성을 누린 세계 1위 제약사다.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는 지난해 매출액 135억 달러의 초대형 블록버스터다. 그러나 이날 화이자 주가는 '리피토' 특허 만료 후 화이자 매출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후속 제품의 개발이 중단됐다는 소식에 10% 이상 하락했다. 개발 초기단계도 아닌 임상 3상에서의 포기라 충격이 더했다. 결국 이날 화이자는 시가총액 1위 자리마저 존슨앤존슨에게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실제로 신약개발이 얼마나 어려워지고 있는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를 받는 신약 수가 날로 감소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달 초 미국 터프츠 의학품개발 연구센터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2007년 FDA에서 승인을 받은 신약의 숫자는 48개를 기록했다. 1996년~1998년 110개가 승인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반면 임상에 진입하는 항체치료제의 숫자는 1990년대 중반 연평균 12개에서 10년 뒤 34.5개로 3배 증가했다.

터프츠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는 연간 5~10%의 저성장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부분 블록버스터의 특허가 만료되는 2012년 이후로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만일 다국적 제약사들이 그때까지 매년 2~9개의 신약을 내놓지 못한다면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터프츠는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 FDA 승인 속도로는 1년에 1개를 출시하기도 어렵다.
바늘구멍 화학신약, 항체신약 대안 떠올라


제네릭(복제의약품)을 선호하는 각국 정부의 정책은 이런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특허기간이 끝나면 신약보다 더 싼 가격의 제네릭 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제네릭 제품의 공세 속에 한시바삐 새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숙제를 끌어안게 된 것이다.



이런 다국적 제약사의 눈에 연간 성장률이 30~40%에 달하는 항체의약품 시장이 들어왔다. 항체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248억 달러로 전년보다 26.5% 증가했다. 2003년 69억 달러이던 시장이 2006년에는 196억 달러로 커지며 연평균 성장률이 41.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8.4% 증가에 그쳤다.

항체치료제는 또 현대의학이 정복하지 못한 암이나 난치성 질환 등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 매력적이다. 현재 시장에 나온 항체치료제의 절반(49%)이 암치료제이며 39%는 관절염 등 면역질환 치료제이다. 기존 화학합성의약품이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한 분야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항체치료제는 최근 들어서 치매 등 퇴행성 질환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모니터는 항체치료제의 숫자가 2007년 말 22개에서 올해 말 27개, 2010년과 2015년에는 각각 38개와 60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5년 시장 규모 예상치는 635억 달러로 2008년 282억 달러의 약 2배다.


허가를 받기까지 수년의 개발기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많은 기업과 연구소가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200여건의 항체치료제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블록버스터 항체치료제의 특허만료가 시작되는 2013년부터는 이 치료제들의 시밀러(바이오제네릭) 개발이 치열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밀러 시장은 각국 정부의 제네릭 장려 정책에 힘입어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이미 '리툭산' 등 블록버스터 제품을 대상으로 한 시밀러 개발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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