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실채권 3개월새 1조 늘었다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8.12.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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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기악화 땐 부실 눈덩이 우려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둔화로 국내은행들의 부실채권이 늘고 있다. 경기가 더 악화되면 부실채권은 확대될 수밖에 없어 은행들은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이달에 은행권 부실채권 1조원을 매입하기로 하고 정부가 '은행자본확충펀드'(가칭)를 조성해 자본 확충을 지원키로 한 점도 이를 감안한 것이다.
은행 부실채권 3개월새 1조 늘었다


◇3개월새 1조원 늘어=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국내 7개 시중은행의 '고정이하' 여신은 총 6조4048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1조1397억원 증가했다.



부실채권은 각 은행에서 고루 늘었다. 국민은행의 '고정이하' 여신은 9월말 현재 1조6368억원으로 3개월새 3200억원 증가했다. 하나은행(1조223억원)도 같은 기간 2444억원 늘었다. 우리은행(1조3027억원)과 신한은행(1조3331억원)도 각각 2096억원, 1882억원 불었다.

여신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외환은행의 '고정이하' 여신은 5130억원으로 3분기에 1160억원 늘고 SC제일은행(3431억원)과 한국씨티은행(2535억원)도 각각 254억원, 359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의 부실채권은 특수은행, 국책은행, 지방은행까지 포함하면 더 커진다. 국책은행의 특성상 중소기업 여신이 많은 기업은행의 '고정이하' 여신은 3분기말 1조2632억원으로 전 분기말보다 5063억원 늘었다. 농협(1조707억원)도 같은 기간 853억원 증가했다. 이밖에 지방은행의 '고정이하' 여신은 모두 5248억원으로 3분기에 862억원 확대됐다.

◇"이제 시작일 뿐"=총 여신 가운데 고정이하 여신비율만 보면 은행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아니다.
 
지난 3분기말 시중은행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0.82%로 1%선을 넘지 않았다. 2001년 3분기까지 5%에 달하던 이 비율은 2002년 1분기 2%대로 급락한 데 이어 2005년 1분기 1%대로 떨어졌다. 이후 2006년말 1%선을 밑돌아 올해 2분기 0.71%까지 하락했다. 시중은행별로는 9월말 현재 0.69~0.95%로 모두 1% 미만이다.

은행들은 그러나 경기침체로 부실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그동안 연간 수조원의 순이익을 통해 과거 부실을 상당 규모 정리하고 시스템도 정비했기 때문에 웬만한 충격은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다"며 "부실채권이 12월 말에는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괜찮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중견·대기업들이 견디고 있으나 이들 중 몇 개만 잘못돼도 은행들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한편 은행들은 여신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이중 고정이하 여신은 '떼일지도 모르는 대출', 곧 부실채권으로 분류된다. 은행들은 이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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