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로금리', 한국은행도 따라갈까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8.12.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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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상황 다르다"… "양적완화=독약" 우려도

'美 제로금리', 한국은행도 따라갈까


"한국도 '제로금리'로 갈까." 미국이 16일(현지시간)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서고, 유럽연합(EU) 등도 가세할 움직임을 보인 가운데 한국은행의 후속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17일 "우리나라는 미국과 경제·금융 상황이 다르다"며 "당장 제로금리로 가야 할 시점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 폭인 1.0%포인트 인하한 지난 11일 "아직 비상상태의 경계선을 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현재 3%인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도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은 밝힌 상태다.

◇한국, 제로금리 시대로 가나= 한은은 지난 11일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3.0%로 낮췄다. 사상 최대폭인 1.0%포인트 인하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은은 올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내년 경제성장률이 2%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선제적인 대응 차원에서 '파격'을 택했다. 하지만 매년 10% 이상 성장해온 중국이 내년 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우려되는 등 최근 한은이 낮춰 잡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2.0% 수준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동성 함정을 피하되 유동성 공급을 최대한 늘릴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원래 기준금리가 2% 수준이었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5.25%에서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며 "제로금리는 통화당국이 커다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정책과 함께 금리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구나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 단기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여 추가인하 압력도 다소 완화되고 있다.

한은은 금리를 제로수준으로 낮추기 보다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쪽에 초점을 두고 있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 축소, RP 거래대상 확대 등을 통해 시중 유동성이 실물 및 가계로 흘러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국 제로금리는 궁여지책"= 미국은 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없어져 앞으로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통해 경제회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도 금융기관에 공급한 유동성이 중앙은행으로 되돌아오며 시중에는 자금이 마르는 '돈맥경화 현상'을 겪고 있다"며 "제로금리는 중앙은행에 쏠리는 자금을 실물 및 가계로 돌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양적완화 정책은 '극약처방'이다.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은행이 갖고 있는 장기국채나 기업어음(CP) 등을 매입해 은행의 당좌예금에 넣어준다. 당좌예금 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은행들은 수익 향상을 위해 리스크를 떠안더라도 실물 및 가계 쪽으로 자금을 굴릴 것이라는 게 이 정책의 핵심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겪으며 지난 2001년부터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고, 경제는 2002년 1월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 효과를 볼 지는 미지수다. 한은 관계자는 "일본은 견실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수출을 늘리는 가운데 이 정책을 사용해 효과를 얻었다"며 "하지만 미국의 경우 제조업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확대도 여의치 않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축통화를 갖고 있는 미국이 글로벌 공조체제를 적극 활용할 경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한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과도한 레버리지로 위기를 맞았는데, 양적완화 정책은 또 다른 유동성 확대로 위기를 막겠다는 발상"이라며 "금융 및 실물 구조조정을 보다 철저히 진행해 부실을 걷어내면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편 주요국 기준금리는 EU(ECB) 2.5%, 영국 2.0%, 일본 0.3%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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