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弗! 美 최대 투자사기에 월가 '발칵'

엄성원 기자, 홍혜영 기자 2008.12.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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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매도프 전 나스닥 회장 체포… 다단계 '폰지' 수법에 줄줄이 걸려들어

500억弗! 美 최대 투자사기에 월가 '발칵'


금융위기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는 월가가 이번에는 사상 최대 투자 사기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특히 국내 기관들도 대거 투자금을 물린 것으로 드러나 피해가 우려된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버나드 매도프(70.사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을 투자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



매도프는 1960년 자신의 이름을 딴 증권사 버나드매도프LLC를 설립, 실시간 주식 거래를 선도해온 월가의 거물이다. FBI는 사기 피해 규모가 최소 5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69조원에 가까운 규모다.

◇ 사기 수법, 폰지
매도프는 그간 이른바 '폰지'(Ponzi) 수법을 이용,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규모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법을 처음 사용한 사기꾼 찰스 폰지의 이름을 딴 폰지 방식은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유인한 뒤, 이후 투자자의 원금으로 이전 투자자의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식 투자 사기법이다.
☞과거 10대 금융사기꾼들



매도프는 투자자들에게 8∼10% 수익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나드매도프LLC의 중역인 매도프의 두 아들 마크(42)와 앤드류(40)도 사기 행각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맨해튼지방법원은 일단 투자자들의 긴급 구제 요청에 따라 매도프 소유의 자산을 동결하는 한편 자산 관리인으로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지정했다.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언론들은 정확한 피해 규모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피해자수가 수천에서 수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하더라도 유명인사, 각종 기금, 외국 금융기관, 헤지펀드 등이 망라돼 있다.

미 프로야구 뉴욕메츠 소유주 프레드 윌폰은 개인뿐 아니라 구단 자산 수천만달러를 투자했고, 프로풋볼 필라델피아 이글스 소유주 노먼 브라먼, 제너럴모터스(GM)의 금융회사인 GMAC의 에즈라 머킨 회장 등이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 노무라 홀딩스, BNP파리바스 등 외국계 금융기관들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헤지펀드들의 피해가 컸다. 페어필드그리니치, 트레몬트캐피털매니지먼트, 맥스암캐피털매니지먼트, 킨게이트매니지먼트 등의 펀드가 대규모 투자금을 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페어필드는 산하 페어필드센트리를 통해 73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여기에는 국내기관들의 자금도 들어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킨게이트매니지먼트 산하 킨게이트글로벌펀드는 28억 달러를 투자했다. 2억8000만달러를 물린 맥스암의 샌드라 맨즈크 설립자는 "완전 망했다"면서 펀드 폐쇄 방침을 밝혔다.

이외에 각종 재단, 학교, 자선단체, 골프클럽 등이 운용하던 기금들이 피해를 입어 피해규모는 계속 늘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커지는 의혹, 감독기관 책임론
뉴욕타임스는 "매도프가 과연 혼자 사기를 저지른 것인지, 좀 더 빨리 이런 사기 행각이 발각되지 않았는지에 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매도프가 비정상적으로 꾸준히 수익을 올리고 투자전략과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점 등 때문에 일각에선 의문이 제기돼 왔다"며 "그럼에도 헤지펀드와 금융기관들은 고객들에게 매도프 펀드를 계속 권유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폰지 수법으로 연 10% 수익을 보장하려면 매달 수억 달러를 조달해야 하는데 요즘 같은 시장 상황에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금융 감독기관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특히 매도프는 펀드 규제방안과 관련, SEC에 자문해온 당사자다. 뉴욕타임스 등은 불어나는 의문에도 불구, SEC가 매도프 회사를 조사한 적이 2년 동안 한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기관 10여 곳이 직, 간접적으로 1억 달러 가량 매도프 관련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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