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두산주류 인수전 참여… 속내는?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08.12.1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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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업계 2위인 두산주류 인수전이 롯데그룹과 국내 사모펀드, 해외 사모펀드의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어느 쪽에서 두산주류를 인수하느냐에 따라 주류업계의 판도가 뒤바뀔 전망이다. 롯데그룹이 만약 두산주류를 인수한 뒤, 다시 오비맥주까지 인수하게 된다면 하이트-진로그룹에 맞서는 대항마가 탄생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칠성음료를 통해 입찰제안서를 냈으나, 정작 기업 인수·합병(M&A) 업계는 롯데그룹이 과연 `두산주류를 인수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느냐`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롯데그룹, 두산주류 매각의지 얼마나 강할까

무엇보다 롯데칠성음료가 인수전 참여업체 가운데 상위권에 들 정도로 '높은 인수 가격을 써냈을까'라는 점에 대해 업계는 의문을 제기한다. 보수적인 롯데그룹의 속성상 모험을 걸기보다 소신껏 가격을 써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류업계 전문가들은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두산주류 인수에 그다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인수 의지만 놓고 본다면 다른 사모펀드보다 약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도 이번 인수전 참여로 두산주류를 예비실사 할 수 있기 때문에 밑질 것은 없다.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은 자신들이 분석한 적정선에서 인수가격을 써낸 뒤 '인수를 하면 좋고, 못해도 그만'이라고 판단했을 확률이 높다"며 "두산그룹이 원하는 매도가와 롯데그룹의 매수 희망가가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롯데그룹은 내년이후 잠실 제2 롯데월드와 중국 선양 복합단지 개발 등 그룹의 사활을 내건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두산주류 인수는 이보다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두산 재무적 투자자(FI)를 더 선호할 수도=매도자인 두산그룹 의중이 어디에 있느냐도 변수다. 두산그룹은 롯데칠성음료와 같은 전략적 투자자(SI)보다 사모펀드처럼 재무적 투자자(FI)가 두산주류를 인수해주기를 더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가격 못지 않게 '진술 보증' 등 M&A의 다른 요건도 중요 변수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I는 차후에 우발채무나 비정규직 문제 등 돌발변수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계약 조건에 손해배상 요구를 FI보다 까다롭게 할 가능성이 크다"며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깔끔한 거래를 원하기 때문에 FI인 사모펀드가 인수하기를 바랄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상대적으로 기업실사가 까다롭고 본 계약까지 협상기간이 길어질 수 있는 점도 FI를 선호할 수 있는 요인이다.

◇롯데, 직접인수 실패시 다른 카드 쓸 수도〓롯데그룹이 두산주류 예비실사에서 마음이 바뀔 가능성도 물론 배제할 수 없다. 두산주류는 소주업계 2위지만 생산라인이 강릉에만 있어 서울 수도권과 강원도에서만 영업력을 인정받는다. 기타 지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셈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두산주류의 현재 생산설비로는 롯데가 인수한다고 해도 시장점유율을 20% 이상 끌어올리기 힘들 것"이라며 "생산설비를 강릉에 더 확장하든지, 다른 지역에 생산라인을 추가해야 하는데 희석식 소주 제조 면허를 따는 일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에 따라 롯데가 두산주류를 직접 인수하는 것이 힘들 경우 차선책을 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선협상 대상자로 사모펀드가 선정될 경우 사모펀드에 자금을 투자한 뒤, 차후에 사모펀드로부터 '재인수'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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