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이번에 구제안을 부결시킴으로써 14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지원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에따라 국내 자동차업계를 비롯한 세계 증시가 적잖은 영향을 받을수도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그동안 미국 자동차 3사에 대한 구제 금융은 미국 경기와 금융 환경을 고려할 때 국내 자동차업계에 호재로 평가돼 왔다. 현재 급격히 줄어든 미국 자동차 판매는 위축된 소비 심리로 인한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이유중 하나다.
반면 빅3에 대해 주가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박영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빅3가 파산신청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완만하게 이뤄질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많다”고 분석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빅3 회사들도 파산신청으로 안가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이 있고, 미국 정부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며 “구제안 결과에 대해 주가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장기적으로 빅3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의 입지는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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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스피시장에서 현대차 (250,500원 ▲4,500 +1.83%)의 주가는 전날에 비해 9.29%(4300원) 하락한 4만2000원, 기아차 (105,600원 ▲2,100 +2.03%)는 9.07%(670원) 하락한 6720원, 대우차판매는 6.93%(520원) 내린 698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차의 주가는 장 초반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 평가에 하락하며 출발했지만, 실적개선과 미국 ‘빅3’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며 장중 한때 주가가 2%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상원에서 ‘빅3’ 구제법안이 부결됐다는 소식이 되면서 주가가 당일 고가대비 11.3%나 급락했다. 이날 기아차와 대우차판매의 주가도 현대차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미국 자동차 빅3업체에 대한 구제안이 미국 상원에서 부결된 것은 자동차 업종에서 비롯된 ‘정치적 남북전쟁’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빅3 구제법안은 미국 남동부의 공화당과 북동부의 민주당 및 자동차 노조의 대결로 볼 수 있다는 것.
공화당은 빅3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내년부터 동북부지역의 직원들의 임금을 동남부 지역수준으로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동북부지역의 직원들로 구성된 미국자동차노조(UAW)는 2011년 부터 이를 시행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용대인 애널리스트는 “이는 연방제 국가인 미국에서 자동차 업종에서 비롯된 정치적 남북전쟁 상태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