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정책발표 공백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8.12.1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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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천을 드러내는 정책, 구조조정 진행돼야 궁극적 효과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원하게 쐈다. 미 자동차 빅3 구제안이 하원을 통과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덕분에 코스피가 한달여만에 115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예상 밖 금리인하라는 대형 호재에 비하면 증시 반응은 덤덤한 수준이었다.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해석도 있고, 예상을 뛰어넘는 금리인하 폭이 오히려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를 재확인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도 그동안 너무 미지근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한국은행의 스탠스가 ‘공격적인 경기부양’으로 돌아섰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문제는 이제 정책으로 인한 증시 상승을 기대하기에는 밑천이 바닥나 간다는 점이다. 통화당국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이성태 한은 총재는 3% 금리가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보여 줄 수 있는 패는 거의 다 나온 상태다.

변준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말에 있을 미국 자동차 구제안의 상원 통과 여부와 다음주초 FOMC를 지나면 정책 발표 공백에 따라 경기부양 기대감이 약화될 것이고 지표와 실적 우려가 재차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필요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기준금리가 100bp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금리는 20bp 안팎으로 내리지 않아 신용스프레드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금리인하의 수혜업종인 은행업종도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은 금리인하가 궁극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지금부터 나와야 할 것은 구조조정이라는 지적이다. 풀린 유동성이 실질적으로 실물경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옥석 가리기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망하지 않을 기업에 대한 선별이 이뤄져야 신용스프레드가 완화돼 자금이 흘러갈 수 있다는 것.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며 "중앙은행과 정부 정책이 궁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이라고 말했다.


뉴욕 증시는 11일(현지시간)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196.33포인트(2.24%) 떨어진 8565.09를 기록했고 S&P500 지수 역시 25.65포인트(2.85%) 떨어진 873.59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7.60포인트(3.68%) 급락한 1507.88로 장을 마쳐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6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10월 무역적자는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572억달러에 달했다는 경기 지표 악화와 빅 3 구제안의 상원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회의론 때문이었다.



굳이 뉴욕 증시의 급락 영향이 아니더라도 우리 증시도 닷새 연속 상승한 피로감을 보일 때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수급이 개선되고 있고 금리인하로 배당에 대한 기대감은 커져 조정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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