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천사의 손을 가질 수 있다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8.12.2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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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나도 아름다운 기부천사

#1. "어린시절 아버지의 잦은 폭행으로 힘든 시기를 겪던 중 굿네이버스를 통해 도움을 받았고,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때의 저와 같이 고통 받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에는 감사한 마음을 담은 편지 한통이 배달됐다.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은 그는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고 싶어 기부를 하게 됐다"며 불우아동 지원금을 보내왔다.
당신도 천사의 손을 가질 수 있다


#2. 유가환급금을 받은 40대 회사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메일을 보냈다.



"세계 경제 위기로 우리 경제도 많이 어려워졌고, 올 겨울도 많은 분들이 춥고 힘들게 보낼 것이다. 하지만 기부금이 줄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처럼 형편이 나은데도 유가환급금을 받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기부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그는 지난해 사업소득자로 일해 유가환급금 대상이 되었다며 유가환급금 중 10만원을 기부했다.



경제 한파로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는 겨울이 왔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나눔과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들로 인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훈훈함이 넘친다.

'엄동설한'도 이겨내는 대한민국의 행복 지수는 몇점일까?

◆나눔, '마이너스가 없는 가장 성공적인 투자'


최근 아름다운재단과 유한킴벌리가 주최한 '기빙코리아 2008'에서는 한국인의 기부 지수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기부액은 10만9000원. 2005년에 비해 3만9000원이 증가했다.



"한해 동안 기부한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전체 응답자의 55%가 기부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05년 조사에 비해서는 13.6%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이에 대해 홍주은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간사는 "기부자는 줄었지만 기부금액이나 자원봉사 시간 등이 늘고 있는 것을 보면 한번 기부했던 사람은 꾸준히 기부횟수나 금액 등이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번 나눔을 경험한 사람들은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일상생활 속의 실천으로 조금씩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 따라서 작은 나눔이라도 한번 실천해보는 시작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혹 아직도 나눔을 부자나 특별한 소수만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뜩이나 팍팍한 살림에 기부한다는 것이 망설여지지는 않은지. 그렇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독일 언론인 토마스 람게는 저서 <행복한 기부>(풀빛 펴냄)에서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했다.

미국 버클리대의 조사 결과 자원봉사를 하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63%나 적은 사망률을 보였다는 것.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아지고 더 건강해진다는 논리다.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의 한 중소의약품 회사는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암 환자 치유에 기증한 뒤 좋은 기업 이미지를 바탕으로 업계 '톱 5' 안으로 급성장했다고 전한다.

"마이너스가 없는 가장 확실한 투자를 찾는다면 나눔에 투자하라." 토마스 람게는 "기부나 자원봉사가 단순히 어려운 사람을 돕는 행위가 아니라, 성공을 부르는 투자"임을 강조한다.

◆100원으로도 세상을 밝힐 수 있는 '사랑'



흔히 기부를 거창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비단 사랑은 큰 금액으로만 피어나는 게 아니다. 요즘 초등학생도 그닥 달가워하지 않을 100원짜리 동전이나 1000원짜리 한 장으로 만들 수 있는 기적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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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네이버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00원으로는 자판기 커피 한잔조차 마실 수 없지만, 아프리카 케냐와 방글라데시에서는 밥 한 끼를, 르완다에서는 바나나 두송이를, 북한에서는 계란 20개를, 네팔에서는 우유 1L를 선물할 수 있다.

2005년부터 '100원의 기적'(www.100won.org)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굿네이스버스의 전 국민 기부 프로젝트에는 현재까지 약 4만4000여명의 '기적 메이커'가 참여했다. 이를 통해 조성된 기금은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www.unicef.or.kr)의 홈페이지에서도 '소액의 후원금으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눈길을 끈다.

당신도 천사의 손을 가질 수 있다
단돈 20원으로 비타민 A를 구입해 비타민 A 부족으로 해마다 시력을 잃고 끝내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1년 내에 생명을 잃는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 4만원이면 어린이 1500명에게 6개월치 비타민 A를 공급할 수 있다.

또한 140원이면 어린이 소아마비 예방약 1회 복용분을 지원할 수 있다. 이외에도 영양, 교육, 위생, 긴급구호 등에서 작은 지원이 위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채정아 유니세프 홍보팀장은 "최근 경제가 어려워졌지만 후원금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며 "사랑의 동전 모으기의 경우 전년보다 약 20~30% 정도 더 많은 기금이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2002년부터 7년째 편의점 내 유니세프모금함을 통해 벌여온 '사랑의 동전 모으기' 캠페인에는 지금까지 약 1억6000여만원의 기금이 모금됐다.

◆돈 없이도 가능해요, "공짜 기부"



설혹 '가진 것이 마음'뿐이라 해도 나눔의 실천은 가능하다.

매일 컴퓨터에 앉아 수백번의 클릭을 하는 현대인이라면 "단 한번의 클릭으로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굿네이버스가 진행하는 '2009 희망트리 캠페인'은 홈페이지(wishtree.kr)에서 희망메시지를 남기기만 해도 롯데홈쇼핑, 암웨이, 에듀박스 등의 기업에서 메시지 당 2000원의 기부금을 대신 기부해준다.



'삼성생명 소망램프' 또한 클릭만으로 도움이 필요한 국내 아동에게 1000원이 기금을 후원할 수 있다. 기본 지원금 500만원에서 네티즌 클릭당 1000원의 후원금이 추가된다.

또한 12월에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활용하는 메신저 '네이트온'에서 무료 문자를 사용하기만 해도 건당 5원이 국제구호기금으로 기부된다.

나를 위해 쇼핑만 해도 기부가 되는 사이트도 있다. 12월24일 프리 오픈하는 유기농& 친환경 쇼핑몰 '이로운몰'(www.erounmall.com)은 기업 또는 단체가 '설 선물'을 주문하면 비용을 제외한 이익금 전액이 기부금으로 전달된다.



기부대상은 사회연대은행, 희망제작소 등 빈곤층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들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레인보우브릿지 등 자본의 선순환을 일으키는 단체들이다.

이로운몰을 통해 고객 명절 선물을 예약 주문한 조성만 신한은행 PB 압구정센터 팀장은 "고객들에게 믿을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을 선물할 수 있는데다, 판매이익이 빈곤층 일자리 만드는 곳들을 위해 쓰인다고 하니 불황기 우리 이웃한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욱 뜻 깊은 것은 지원 받은 단체들 역시 나눔의 선순환에 동참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이경숙 이로운몰 대표는 "이로운몰의 기부를 받는 기관들은 다시 기부 받은 판매이익의 일부로 햅쌀 떡을 구매해 노숙자, 독거노인들에게 떡국을 끓여줄 예정"이라며 "쇼핑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선한 자본의 씨앗'을 퍼트리는 데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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