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기준가 오류, 투자자 간 떨어진다"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8.12.0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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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공시 규정, 리스크 관리 시스템 부재로 기준가 오류 발생

회사원 이모씨(38)는 지난 달 자신이 가입한 해외펀드 기준가격이 1047.64원으로 1.24원 상향 수정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당시 이씨가 펀드를 환매했다면 평가금액 520만원 가운데 6200원을 손해볼 수 있었던 것.

펀드 기준가 오류 수정이 빈번하게 일어나 투자자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해외펀드의 급성장세에 비해 리스크관리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는데다 지나치게 엄격한 공시 규정으로 시장에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8일 현재 지난 한 달 간 '기준가격 오류수정' 공시건수는 136건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74건)보다 62건이 늘었다. 펀드 기준가는 펀드 가격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기준가는 펀드 총자산을 계좌수로 나눈 값이다. 기준가 산정은 운용사 고유의 업무이긴 하나 국내 운용사들은 대부분 사무관리사에 위탁하고 있다.



기준가 산정시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운용사의 운용내역이 누락되거나 채권 가격이 잘못 매겨지는 경우, 배당이나 이자 합산 오류 등이 그 원인이다. 최근에는 환율 급변동으로 운용사들의 환헤지 거래가 늘면서 해외펀드의 기준가 오류가 늘었다.

◇ 기준가 오차 허용범위 美 1%, 英 3%...국내는 0.1%

업계에선 기준가 변경공시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지적한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따르면 운용사가 처음에 공고한 기준가와 변경된 기준가가 1000분의 1 이상 차이나면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가 오차 허용 범위가 1%, 영국이 3%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0.1% 규정은 지나치다는 것.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은 "일정 범위 내에선 충분히 허용할 수 있는 오류인데 지나친 회계 규정이 오히려 투자자를 불안하게 만든다"며 "오차 범위를 확대한다고 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세계 각국에 분산투자하는 해외펀드의 경우 시차에 따른 환율 변동 등으로 미미한 오류를 불가피한데 잦은 기준가 변경 공시로 투자자들이 마치 큰 손해를 입은 것으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펀드 시장 급성장했는데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없어

해외펀드 기준가 산정 시스템이 자리잡지 못한 것도 잦은 기준가 오류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다수 운용사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해외펀드를 양산해 왔다. 최근 기준가 오류가 발생하는 펀드도 주로 이머징마켓에 분산투자하는 해외펀드다. 특히 이미징마켓의 경우 환율변동의 파악자체도 여의치않은 상황이다.

현재 60개에 이르는 운용사가 5개 사무관리사에 기준가 산정 작업을 위탁하고 있다. 사무관리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나 자체적으로 기준가 산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삼성투신운용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수 관리사에 기준가 산정을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한 사무수탁사 관계자는 "최근 같이 환변동이 큰 상황에선 운용사가 넘겨준 환 거래 내역을 사무관리사에서 수작업으로 입력하고 있어 오류 발생 가능성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기준가 산정시 오류가 발생해 문제가 되면 소송으로 이어져 운용사나 관리사의 위험인식 수준이 높다"며 "외국 사무관리사의 국내 진출을 허용하는 등 시장 경쟁을 통해 국내 사무관리사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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