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장 상항은 11개월새 완전히 역전됐다. 오피스 전문 중개업체 서너곳에 임대물건을 내놨지만 마땅한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부 층은 수개월째 공실로 방치돼 냉기가 돌고 있다.
기존 임차인들이 강남보다 임대료가 싼 여의도나 마포, 강동·양천구 등으로 사무실을 옮기고 있는데다 신규 임차 수요마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올들어 지난 4월까지 중형 빌딩 공실률은 0.5∼0.7%로 1% 미만이었다. 하지만 지난 6월 공실률 1%대로 올라서더니 9월 1.3%, 10월 1.8% 등 상승세를 지속했다.
소형 빌딩은 지난 2∼8월 줄곧 2%대 공실률을 유지했다. 지난 9월 처음으로 3%대 공실률을 기록하더니 10월에는 3.9%로 최고치를 찍었다. 11월엔 전달 대비 공실률이 하락했지만 3%대 중반으로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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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대비 공실률이 상승한 강남권 중형 빌딩은 △서초동 D빌딩(1.8%→13.7%) △삼성동 M빌딩(0%→9.6%) △역삼동 A빌딩(5.2%→10.4%) 등이다. 이들 빌딩은 모두 지상 20층 규모로 강남대로와 테헤란로변에 들어서 있다. 각각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삼성역, 역삼역 등과 가까운 역세권이다.
소형 빌딩 중에서는 △역삼동 S빌딩(0%→13.3%) △삼성동 T빌딩(0%→6.7%) △역삼동 D빌딩(7.2%→12.5) △논현동 S빌딩(0%→4.9%) 등이 연초 대비 공실률이 크게 상승했다. 이들 빌딩은 10∼20층 규모로 주로 테헤란로와 언주로 인근에 들어서 있다.
빈 사무실은 늘고 있지만 임대료는 오히려 오르는 추세다. 임대료는 건물 시세와 연결되기 때문에 주인이나 관리업체들이 임대료를 내리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달 강남권 중형 빌딩의 임대료(관리비 제외)는 3.3㎡당 평균 6만5286원으로 연초 6만2624원 대비 4.3% 올랐다. 소형빌딩 임대료는 3.3㎡당 6만3774원으로 올 1월(6만1603원)보다 3.5% 상승했다.
부동산자산관리업체 샘스 박형중 연구원은 "강남권 중소형 빌딩 임차인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로 경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매달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임대료가 싼 곳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임차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형 빌딩과 달리 연면적 3만3000㎡ 이상 대형 빌딩들은 여전히 공실률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대형 빌딩들은 대기업 사옥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중소형 빌딩보다 공실률이나 임대료 변동폭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