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발 '감원 도미노'…다음은 민간?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12.0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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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경쟁'식 감원 바람, 민간기업 악영향 우려

경제위기에 따른 비상 경영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사람 자르기'식 구조조정을 앞장서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상당하다.

특히 공기업의 인력 감축이 '실적 경쟁'식으로 이어지면서 민간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쳐 내년 '실업 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공포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이 전면 주도=최근 공기업에 불어닥치고 있는 구조조정 바람은 국정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전면에서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어느 때보다 배가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인력 15%를 감축키로 한 농촌공사의 개혁안을 두고 "공기업 구조조정의 좋은 모델이 되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각 부처 장관들은 산하 공기업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연말까지 실적 등을 평가하여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이후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공공기관들이 제출한 경영효율화 계획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개혁 프로젝트를 재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중간평가도 실시해 인사에 반영키로 하는 등 공기업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공기업에 속하지는 않지만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농협도 이 대통령의 한마디로 꽁꽁 얼어붙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농협이 금융 하고 뭐 해서 돈을 몇 조씩 벌고 있는데 농협이 번 돈을 농민들에게 돌려줘라. 농협이 벌어 갖고 사고나 치고 있다"는 취지로 농협을 질책했다. 대통령의 호된 꾸지람 이후 농협은 임원 24명의 일괄 사표와 더불어 신용 부문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등의 개혁안을 내놨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직접 고삐를 바짝 죄면서 정부 영향권 안에 있는 기관들은 인력 감축을 골자로 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다시 마련 중에 있다. 오는 26일까지 중간평가를 받는 기관만 110개에 달해 공기업발 인력 감축이 '도미노' 식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감원 폭풍의 신호탄?=정부가 공기업의 '감원'을 사실상 독려하면서 민간영역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노조의 반대와 사회적 시선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는 민간기업에도 일종의 '명분'을 마련해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공공영역도 감원하는데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방어논리를 정부가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자동차·반도체·건설업종을 중심으로 감원이 점차 현실화되면서 직장인들이 느끼는 고용불안 심리는 배가되고 있다.

자동차업종이 감산에 들어간데 이어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신음하고 있는 하이닉스 반도체도 임원 30% 감원 조치와 함께 직원들에게도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받기 시작했다.



내년초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견되는 등 수출과 내수가 극심한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기 업종' 뿐 아니라 다른 업종의 기업들도 '경영효율화'를 내세운 구조조정 방안 마련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공기업 발 구조조정 한파가 외환위기 당시처럼 전 산업에서의 '감원 태풍'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외환위기와 같이 해고와 정리를 구조조정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최대한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구조조정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을 통해 기업 체질을 변화시킴으로써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반대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민간영역에서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공공영역에서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불필요한 군살을 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은 정리해고처럼 단번에 인원을 짜르라는 게 아니고 정원 조정을 통해 필요없는 인원을 줄여 경영효율화를 앞당기자는 취지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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