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도 매각준비… 주류업계 지각변동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08.12.0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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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두산주류 '매물'로… 롯데그룹 움직임 '주목'

오비도 매각준비… 주류업계 지각변동


주류업계가 대대적인 판도 변화를 앞두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주업계 2위인 두산주류가 매각을 선언한데다, 맥주업계 2위인 오비맥주도 기업매각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돼 주류업계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 업체를 어느 기업이 인수하느냐에 따라 주류업계 지형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주류업계에서는 자금력이 충분한 롯데그룹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롯데그룹이 오비맥주와 두산주류를 동시에 인수하게 된다면 주류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그룹에 맞서는 대형 경쟁사가 출현하는 셈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롯데그룹이 두산주류와 오비맥주를 함께 인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오비맥주 M&A 사전 움직임 포착

오비맥주 매각을 위한 정황은 곳곳에서 엿보이고 있다. 오비맥주 지분 55.84%(1502만주)를 보유한 벨기에 인베브사는 최근 JP모간과 도이치뱅크를 매각 주간 증권사로 선정했다.



롯데그룹도 오비맥주 인수를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지난주 외국계 증권사를 대상으로 오비맥주 인수 자문 증권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 접수를 마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은 조만간 자문사 선정을 확정 지을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외국계 증권사만을 대상으로 오비맥주 인수를 위한 자문사 선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외국계 증권사 M사가 유력한 자문사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일부 증권사와 은행 등을 대상으로 오비맥주 인수를 위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달라는 요청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밝힐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수 자문사 선정작업과 재무적 투자자 모집 등이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롯데그룹의 오비맥주 인수전 참여는 기정사실이라는 게 업계에서 바라보는 관측이다.

오비맥주의 최대주주인 벨기에 인베브사는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미국 안호이저 부시를 520억달러에 인수한 뒤 주가가 급락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이에 따라 인베브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맥주 브랜드를 제외하고 아시아 시장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베브는 연말까지 안호이저 부시 매각 자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베브가 공개 매각 또는 단독 입찰 방식으로 조만간 매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두산주류는 이미 매각을 공식 선언했다. 소주업계 2위인 처음처럼 브랜드를 갖고 있는 두산주류는 와인과 위스키, 약주 등 제품군이 다양하다.

◇수조원짜리 딜, 주류업계 판도변화
수 조원 규모의 기업 매각으로 주류업계가 M&A 시장을 뜨겁게 달굴 조짐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예상 매각금액은 1조5000억원∼2조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인베브가 배당 등으로 투자금을 상당부분 회수했기 때문에 1조5000억원 정도면 매각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인베브는 오비맥주를 인수하는데 2조원 가까운 돈을 썼다.

두산주류는 5000억∼6000억원대가 적정한 가격선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두산주류는 사모펀드와 일부 기업 등 4∼5곳에서 인수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와 두산주류가 누구의 손으로 넘어갈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인수 대상이 어디냐에 따라 주류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그룹에 버금가는 경쟁자가 등장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은행이나 증권사들은 M&A를 위한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며 "아무래도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한 기업에서 주류업체 인수에 나설 수 있는데 롯데그룹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고 말했다.

주류업계는 롯데그룹이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아사히맥주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주류업체 인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만약 롯데그룹이 두산주류나 오비맥주를 인수한다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N사와 C사 등 오비맥주와 두산주류의 또 다른 인수 후보군들은 최근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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